개그맨들이 실업자가 된 이유는 ②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캠프와 당은 선거 기간 내내 후보를 위해 상대방의 공격은 온 몸을 던져 막고, 후보의 결점은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감추거나 호도하며, 실수가 있어도 인정하지 않았다. 북쪽에 계신 ‘그분’처럼 사실상 ‘완전체’ ‘무오류의 인간’으로 모신다. 2022년 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 최측근 인사에게 “그래도 누군가 쓴소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용없어”라고 했다. 이미 후보 시절부터 제왕이었고, 제왕으로 모신 것이다.
만약 캠프가 전쟁터의 야전 사령부가 아니라, 우리 후보를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인큐베이터’로 운영됐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캠프는 남을 공격하는 대신 우리 후보의 부족한 점,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고치는 기구가 됐을 것이다. 이런 기구에서 후보를 제왕으로 모실 까닭이 없다. 소통은 활발해지고, 후보는 겸손해졌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은 하라고 해도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솔직히 제왕이 되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당선되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겠다고 ‘뻥’을 친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은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게 아니다. 국무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것도 아니다. 이양할 리도 없지만, 하면 뭐하나. 자기 말에 ‘토’도 안 달 사람만 쓸 텐데. 대통령이 되면 총리에게 각료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하는데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얘기다.
헌법 제87조 제1항에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명시돼있다.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임명할 때 인사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보다 더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법이 또 어디 있나. 시행령도 아니고, 법률도 아니고 헌법에 ‘꽝’하고 명기돼있는데도 그동안 대통령이 총리에게 제대로 권한을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자신들이 당선되면 이제는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의원내각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제왕적 대통령이 문제라면 제왕적 총리는 괜찮은가? 권력을 제왕적으로 사용하는 게 문제지, 그 권력을 대통령이 갖던 수상이 갖던 무슨 상관인가. 흰말 볼기짝이나 백마 엉덩이나. <③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