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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49>

개그맨들이 실업자가 된 이유는 ③

by 이진구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낳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금 같이 권력자, 실세, 심지어 그 실세의 측근과 지인에게까지 줄을 서서 자리를 얻으려는 퇴행적 정치 문화다. 이게 사라지지 않는 한, 제아무리 이런저런 제도를 마련하고, 권력을 나눈다 해도 전부 ‘눈 가리고 아웅’이다.


KBS 사장 임명이 딱 그렇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가 후보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얼핏 독립적으로 후보를 선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장 후보를 선정하는 KBS 이사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11명의 비상임이사로 구성된다.(방송법 46조)


방송통신위원회는 5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원장과 위원 1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여당도 1명을 추천한다. 야당 몫은 2명이다. 이 때문에 언제나 3대 2로 권력 뜻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KBS 이사회라는 독립기구에서 후보 추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KBS 이사회를 권력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는데 뭐가 독립기구란 말인가.

그래서 좀 친한 집권당 쪽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번에 누구를 사장 시켜야 하는데…” 이런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더 웃긴 건 워낙 정권의 입김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다보니 내가 아는 한 KBS 구성원들, 특히 사장 등 주요 보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큰 간부들일수록 스스로 몸을 바쳐 권력에 줄을 선다는 점이다. 이런 걸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하는 걸까.


그래도 제법 머리를 쓴 흔적은 보인다. 방송법 46조 9항은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 이사회 의결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는데, 그 사유가 ▲공개하면 개인·법인 및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감사·인사관리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하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KBS 사장을 권력이 의도하는 대로 임명했으니 이런 내용이 공개되면 자신들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당연히 있을 테고, 사장 임명 관련이니 인사에 관한 사항도 분명하다. 구린 걸 감추려는 조항으로는 딱 이다. 이런 걸 '성의 있는 도둑질'이라고 하는 걸까.<④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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