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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50>

개그맨들이 실업자가 된 이유는 ④

by 이진구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해 만든 게 삼권 분립이다. 중학교때 우리 반 꼴찌 조진상도 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면 우선 삼권 분립의 정신을 최대한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그래도 정히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순서고, 상식이다. 국회가 제 기능을 한다면 대통령은 법안 하나 마음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 그런데 집권해 여당이 되는 순간 거대 양당 중 하나가 스스로 삼권 분립, 행정부 견제라는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다. 그리고 스스로 청와대의 방패가 되고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데만 열중한다. 그래 놓고 대통령제가 제왕적 대통령을 양산한다고 말한다.


앞서 말했지만, 국무총리에게는 국무위원 제청권, 해임건의권, 국정 행위 문서 부서권 등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총리가 이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면 대통령이 제왕적으로 될 수가 없다. 누가 그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나. 바로 현직 대통령들이다. 대통령 자신이 국무총리의 별명을 ‘얼굴 총리’ ‘대독총리’로 만들어놓고 왜 대통령제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 치매일까?


총리들도 잘한 건 없다. 일인지하 만인지상 자리에 임명된 것에 감지덕지해 헌법이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려고 한 적도 없으니 말이다. 권한을 줄 생각이 없는 대통령. 법에 명기된 권한을 행사할 생각도 없는 총리. 그러면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잔재를 청소하겠다는 대통령. 낮에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없애기 위해 의원내각제가 필요하다면서, 밤에는 지록위마(指鹿爲馬)도 불사하며 권력에 줄을 서는 국회의원들.


반복하지만 그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캠프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후보를 ‘무오류의 신성’처럼 떠받들고, 후보가 당선되면 그대로 공신이 돼 청와대를 점령한다. 대선 후보가 된 순간부터 스스로 당무 우선권을 헌납하고 당이 그 밑으로 들어간다. 당과 청와대가 왜 서로 수평적으로 존재하면 안 되는 걸까. 어찌 보면 그냥 큰 선거의 후보일 뿐인데. 대선이 끝난 뒤 집권당 의원이 된 분 중에 “이제부터는 대통령과 할 말은 하는 당·청관계가 되어야 한다”라고 하는 분들을 가끔 본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소리다. 후보에게도 당무 우선권을 헌납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왕이 된 사람과 ‘맞짱’을 뜨겠다고?


제왕적 대통령은 대통령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제왕으로 행세하고 싶은 사람이, 그 제왕을 모시고 출세하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영달을 위해 대선 후보에게 당의 모든 것을 들어 바치고, 그를 위해서라면 벌거벗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 무오류 신성불가침의 존재인 대선 후보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불경을 넘어 역린(逆鱗)이고 선거 패배의 길이라고 여기는 후진적 정치문화. 그렇게 만들어진 각 당의 제왕적 대선후보들. 후보와 국회의원, 정당, 그 정당에 소속된 열혈 당원 모두가 이 모양이니 누가 당선이 돼도 우리 대통령이 제왕이 아닐 수가 있을까. 그런데 늘 제도 탓을 한다.


국민을 웃기기 위한 허무 개그일까? 만약 그렇다면…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개그맨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더 이상 생겨날 수는 없을 것 같다. <'개그맨들이 실업자가 된 이유는' 편 끝>개그맨들이 실업자가 된 이유는개그맨들이 실업자가 된 이유는개그맨들이 실업자가 된 이유는개그맨들이 실업자가 된 이유는개그맨들이 실업자가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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