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정치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④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있으면 계속 직진만 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한참을 간 뒤에 뒤를 돌아보면 내가 달려온 길이 사실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은 그렇게 변해간다. 나의 이익, 우리 편의 이해관계만 보고 하루하루 직진만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옳고 그름은 사라지고, 처음의 초심은 온데간데없는 괴물만 남는다. 변해가는 과정에서 숱한 사람이 조언하고, 누군가는 혀를 차고, 더러는 손가락질하는데도 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오직 ‘정의와 진실’(?)만 말하고 있는 나만 보일 뿐.
일반인 중에도 이런 사람은 많지만 정치인 같은 사회 지도층의 그런 행동과 비교할 수는 없다. 일반인은 혼자 그러고 말지만, 사회 지도층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모을 힘이 있고, 그 힘으로 집단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의대보내기 위해 스펙을 위조한 사람을 위해 '조국 수호'를 외친 서초동의 그 많은 함성은 그런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게 아닌가 싶다.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인 2022년 2월 김의겸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소가죽을 벗기는 굿을 직접 한 무속인 이 모 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코바나컨텐츠 행사에 참석해 축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체 김건희 씨와 이들 무속인은 얼마만큼 가깝고 특별한 관계인지 밝혀야 한다”라고 했다. 이쯤 되면 정말 누구 말대로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인데, 자기 자화자찬과 달리 그가 기자 생활을 제대로 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다.
구산초등학교 6학년 3반 학급신문도 기사를 그렇게 쓰지는 않는다. 최순실처럼 연설문을 미리 검토했다거나, 청와대를 무시로 드나들었다던가 이런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팩트들이 있어야 의혹도 제기하는 것 아닌가. 해당 무속인이 실제로 엄청난 막후 실세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합리적 의심이라도 할 수 있는 건덕지라도 있어야 의혹도 제기하는 것이지,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 의혹을 제기할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세상 모든 사람에 대해 일단 의혹을 질러보고 아니면 "미안"하면 그만이다.
그가 기자일 때 그런 식으로 기사를 썼다면 아마 데스크에게 무지하게 혼났을 것이다. 상식을 가진 데스크라면 도저히 기사를 내보낼 수 없는 수준이니까. 역시 이런 행태도 ‘여의도’에 있기 때문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정말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달리기가 멈춰졌을 때,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부르고 있을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⑤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