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정치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⑧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정말, 정말 정말 앞서 말한 모든 것이 다 아니라고 치자. 대통령 행차에 교통 통제도 안했고, 사전에 건물의 안전 확인도 안했고, 해당 지역 경찰 누구도 모르게 비밀리에 갔다고 치자. 2022년 10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종합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앞서 말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며 "한 장관이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과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강남에서 술자리를 했다는 제보가 있다. 지난 7월 19∼20일 이틀간 술자리를 간 기억이 있나”라고 물었다. 그리고 “청담동의 고급스러운 바였고 그랜드 피아노와 첼로가 연주됐다. 그 자리에 김앤장 변호사 30명가량이 있었고 윤석열 대통령도 합류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앞서 구구절절하게 대통령이 진짜 술집에 왔는지 확인하는 취재를 힘들게 할 필요도 없다. 김앤장에 가서 확인하면 된다. 솔직히 다른 어떤 부분보다 '김앤장 변호사 30명'이라는 김 의원의 말을 들었을 때 '아 이거 뻥카구나'하는 확신이 들었는데, 대통령이 야밤에 몰래 강남 술집에 놀러가면서 30명이나 되는 외부 사람을 부른다는게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30명 안에 민주당 지지자가 한 명만 있어도 금방 말이 샐 일 아닌가? 미리 신원조회를 철저하게 해서 김앤장 변호사 중 완전 골수 국민의힘 지지자로만 30명을 고른 것 아니냐고? 입사지원서에 지지 정당을 쓰는 것도 아니고, 무슨 재주로 밤새고 대통령하고 놀아도 전혀 말이 새지 않을 '찐윤' 변호사 30명을 선정할 수 있을까? 영화 '맨인블랙'에 보면 외계인을 목격한 지구인의 기억을 지우는 만년필 모양의 기계가 나온다. 번쩍하는 순간, 그 이전 기억을 모두 잊게되는데 그런 장치가 없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나 같은 개별 기자가 김앤장에 가서 이런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국회의원이기에 김앤장 대표를 국회에 불러 관련 사실을 질의하거나 사전에 공식적으로 회사 차원의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 (언론사나 기자가 국회의원실을 통해 자료나 답변을 요청하는 이유가 이런 이유에서다). 아무리 민간회사라도 국회의원의 질의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게, 국회의원은 해당 회사 대표를 국회로 불러 따질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중견 이상의 민간회사에는 거의 대부분 대관담당이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여러 일을 하지만 그들의 가장 중요한 일이 '우리 회사 사장님의 국회 출석을 막는 일'이다. 국회 출입기자를 할 때 봤는데, 정말 '필사적'으로 막는다. 의원이 수틀리면 국회출석 요구를 할텐데 질의에 대한 답변 정도를 안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⑨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