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68>

꼰대 정치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⑨

by 이진구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김앤장은 민간회사기에 개인 사생활 등을 이유로 누가 해당 장소에 갔는지까지 기자에게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간 사람이 있었는지 정도는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만약 김앤장에서 '참석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하면 사실 이게 사실상 청담동 술집에 갔다는 반증이다. 이런 답변은 참석했지만 말하기 곤란할 때 쓰는 상투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 답변이 곧 '김앤장 변호사들이 해당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증거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청담동 술자리'가 있었을 거라는 의심은 해볼만한 답변은 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 정도라도(사실 많이 부족하지만) 뭐라도 건덕지가 있어야 의혹이라도 제기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김의겸 의원은 자칭 기자 출신이라면서, 정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알아보지 않았다. 그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자 생활 경험상 왜 그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하지 않았는지 짐작은 간다.


모든 기자는 많은 곳은 일주일에 두번, 적은 곳도 반드시 한 번은 소속 팀에서 '아이디어 회의'란 걸 한다. 일종의 기획 기사 아이템을 내는 회의인데, 기자들의 제일 큰 소망을 담은 말이 "아이디어 회의만 없으면 평생 기자할텐데"일 정도다. 상식적으로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아이디어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어느 정도는 이 아이템이 정말 기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조금은 알아봐야한다. 아이템이 채택이 됐는데, 알아보니 얘기가 안되면 난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도 그런적이 있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일단 회의에서 보고한 뒤 다음날 "저~알아보니 사실과 다른데요"라고 하는 적이 왕왕있다. 이유는, 미리 알아보면 아이템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리 알아봐서 얘기가 안되는 걸 스스로 확인하면, 당장 오늘 회의에서 낼 아이템조차 없어지지 않나. 회의전에 미리 알아봐서 꽝인 걸 알면서도 차마 아이디어라고 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확인하지 않는다. 아니 '확인하기 싫다'는 말이 당사자의 심정을 더 정확히 표현한 말일 것이다.


이 때문에 보통은 설익은 아이템을 회의에서 낸 뒤, 다음날 또는 며칠 후 "저 죄송합니다. 알아보니 얘기가 안됩니다"라고 하고 엄청 깨지는 쪽을 택한다. 좀 구차한 건 사실이지만 국장, 부장, 차장, 팀장 모두 수십년전부터 다 겪고 자신들도 했던 일이라 대개 한번 욕하는 정도로 넘어간다.


나는 김의겸 전 의원이 그랬을거라 생각한다. '청담동 술자리'가 사실인지 확인을 하면, 확인하려한 흔적도 남는다. 확인하면 사실이 아닌 줄 알게 될테고 그러면 의혹조차 제기할 수 없다. 확인해서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면, 그 사실확인 흔적이 남은 점까지 덧붙어서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럴바엔 사실확인을 하지 않고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이용해 의혹을 제기하는 게 더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지난 8월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피고측이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청담동 술자리'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청담동 술자리'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허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전 의원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물론 1심 판결이고, 항소는 자유다. 하지만 이 청담동 술자리의 존재를 알린 첼리스트 본인이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둘러대기 위해 한 거짓말이라고 인정한 판에 왜 이렇게 집요하게 억지를 부리는 걸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이 글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만 든다. <'꼰대 정치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편 끝>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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