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그리 안 하는데… ②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왜 이 사람들이 애초 방침을 변경해 순위를 공개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국민경선위는 언론에서 요구했다고 했는데, 그건 둘러대는 말이고 진짜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궁금해서 개인적으로 순위를 물어본 기자는 있었겠지만 그게 정말로 기사 가치가 있어서 물어본 것은 아닐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본경선도 아닌 예비경선이라, 컷오프 통과 순위와 득표 현황까지 자세하게 쓸 정도의 가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위 손학규 후보에게 별로 뒤지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한 정동영 후보 측이 정확한 득표 차이도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국민경선위가 정 후보 측에 구체적인 득표 수치를 알려줬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컷오프 순위가 바뀌었다’, ‘득표 결과가 조작됐다’라는 등의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저녁 들어 분위기는 점점 더 이상하게 흘러갔다. 결국 나를 포함한 각 사 기자들 수십 명이 이목희 부위원장의 국회의원실로 쳐들어갔다. 그가 국민경선위 실무를 사실상 모두 총괄했기 때문이다. 그는 굉장히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배만 피웠다. 찾아간 기자들이 하도 어이가 없어 한 마디씩 질문을 했지만, 그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묵묵부답이었고, 2시간이 넘게 단 한마디의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 버티기가 언론사의 최종 마감 시간을 넘겨 어떻게든 기사가 안 나가도록 만들려는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결국 본인도 지쳤는지 그는 밤 11시 반에야 “실무자 착오로 일반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잘못 대입해 곱하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 합산 작업은 실무자 1명이 맡았는데 이를 재차 검증하거나 크로스 체크할 사람은 두지 않았다. 후보들의 재검표 요구가 있으면 조사 결과를 낱낱이 공개하겠으며, 이런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라고 말했다. 컷오프 순위 발표 후 무려 7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③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