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긴장감
시험을 봤다.
나이 마흔다섯에 일본어능력시험 N5를 보았다.
일본어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나는, 일본어가 우리나라 말의 어순과 같아서 배우기 쉽다는 그 한마디에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동안 배운 영어는 변변치 않았고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강한 믿음마저 있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여유가 생길 때면 일본어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하곤 했다. 일본어 첫걸음, 여행 일본어, 일본어 기초회화, 일본어능력시험 N4, 일본 초등학교교과서까지.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처음 몇 페이지만 읽어보고 책장에 버려두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미라클 모닝을 계기로 매일 아침 짧은 시간이지만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20분 정도 공부했다. 상반기에는 목적 없이 일본어 첫걸음 책으로 공부를 하다가 하반기에는 시험을 봐야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본어시험 N5를 접수했다.
멀기만 했던 시험일이 빠르게 다가왔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시험은 아니지만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봐 왔기 때문에 합격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시험장소는 집에서 40분 걸리는 인근 도시의 한 대학교이다. 현관문에는 시험번호와 교실번호가 붙어있다. 초등학생도 시험을 볼 수 있었는데, 자녀를 데려다주러 오는 부모가 꽤 보였다. 나는 남편과 아들의 응원을 받으면 시험장소에 들어갔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20년 만에 다시 대학교 교실에 앉아본다. 1인용 책상에 의자가 한 세트이다. 일본어 시험을 보러 와서 나의 대학교 때를 상상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내가 공부했던 책상도 이렇게 작았는지, 칠판은 지금 처렁 화이트보드였는지 같은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무미건조한 시험 감독관의 안내에 나는 잠시 긴장한다. 핸드폰도 워치도 별도의 봉투에 넣고 시험이 끝나면 밀봉상태를 검사 받은 후 꺼내야 한다고 했다. 쉬는 시간에 꺼내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강력한 표현을 하였다. 나는 집에서 핸드폰의 전원을 끄는 연습을 했다. 휴대폰과 배터리가 분리형일 때에는 배터리를 빼서 충전기에 넣고 충전을 했다. 이 때 휴대폰의 전원을 꺼야 휴대폰에 좋다고 했기에 휴대폰의 전원을 끄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휴대폰과 배터리가 일체형이 되면서 휴대폰의 전원을 끌 일이 없어졌다. 나는 검색 사이트에서 핸드폰의 전원 끄는 방법을 검색해 보았다.
단어, 독해 시간의 경우는 생각보다 쉬웠다. 자칫 백점 맞는 거 아닌가 하는 경솔한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가 청해 시간에서는 과락으로 일본어 시험에 불합격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시험을 마쳤다. 내가 시험을 보는 사이, 남편과 아들은 그 사이 인근 마트에서 다음 주에 먹을 식료품을 샀다.
긴장할 일이 없던 일상에 일본어 시험이 묘한 긴장감을 선물했다.
결과는 1월 말에 나온다. ㅇ리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