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마음 아픈 일
1년간의 사망신고 접수를 마치고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 사망신고 접수는 팀원이 담당하였고 나는 다른 업무를 맡았다. 더 이상 사망신고를 접수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사망'이라는 단어는 나의 귀에 잘 들린다.
중년의 여자분이 사망신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무언가 문제가 있는 듯하다. 슬쩍 옆으로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담당자는 사망신고서에 오타가 많아서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는 안내를 하는 중이었다.
남편의 사망신고나 부모님의 사망신고를 하러 오신 거라고 추측을 해 본다. 민원인의 옆에 서서 사망신고서를 살펴보니 사망자의 나이가 내가 생각한 나이보다 어리다. 아들의 사망신고를 하는 중이었다.
전날 오셨고 오늘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첫날 사망신고서 작성에 대한 안내를 들으시고 집에서 써 오시겠다며 가셨다가 다시 방문한 것이다. 가르쳐드린 대로 신고서를 작성했지만 오타가 좀 있었다. 더군다나 좁은 공간에 커다란 글씨가 적혀 있어서 수정할 공간이 나오지 않아 담당자가 난감해하며 다시 한번 더 쓰기를 요청한 상태였다.
아들의 사망 후 3일째 날이다. 신고서는 다시 써야 함을 알려드리며 내가 옆에서 천천히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린다. 그분은 다른 건 다 쓰겠는데 한자는 대신 좀 써주겠냐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신다. 원래 신고서류 작성은 공무원이 대신해 줄 수 없지만 이번만큼은 거절할 수 없었다.
신고인은 병원에 입원한 지 열흘 만에 아들이 죽었다며 결혼도 안 했다는 말씀을 하신다.
마흔다섯. 나와 같은 나이다.
장기 기증을 결정할 정도로 착한 아들에 대해 말씀하시며 떨리는 손으로 사망신고서를 다시 작성하신다. 나를 향한 말 같지만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혼잣말처럼 들린다. 사망신고서에서 가장 처음 작성해야 하는 것은 사망자의 이름이다. 그 이름을 쓰면서 어떤 심정일지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박완서 작가님의 <한 말씀만 하소서>가 생각났다. 이 책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고통을 글로 엮은 것으로 책 표지에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다.
이건 소설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일기입니다.
훗날 활자가 될 것을 염두에 두거나 누가 읽게 될지도 모든다는
염려 같은 것을 할만한 처지가 아닌 극한 상황에서 통곡 대신 쓴 것입니다.
자식을 읽은 참척의 고통과 슬픔,
그 절절한 내면 일기
아들의 사망신고서를 세 번 만에 작성하신 그분은 집으로 가셨다.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은 아들의 이름 한자를 정성스럽게 쓰는 것뿐이었다. 내 손도 조금 떨리고 있었다.
* 참척(慘慽) :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