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나잇을 가능하게 했던 건
4,000원 버는 것도 용기가 필요해. 미라클나잇
‘현경아 밥 먹고자~!’ 오후 1시 아빠가 밥 먹고 자라며 깨운다. 주말이면 오후 1시까지 잠을 잤다. 아침잠이 많은데 평일에는 밥벌이를 해야 하니까 간신히 일어나고 주말에 몰아서 잠을 충전하는 삶. 아침에 일어날 때는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자야지 싶은데 밤이 되면 자는 시간이 아까웠다. 잠이 아까운 시간에 하는 건 핸드폰 만지작 거리기. 결혼 전 나의 생활 패턴은 야행성이었다. 밤새는 건 자신 있지!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프리랜서 꿈나무! 내 밤샘 내공을 활용해서 아이 어린이집 갈 시간에 돈 벌기 프로젝트를 위해 미라클나잇을 시작하기로 했다.
저녁 10시. “지호야 이리 와서 누워야지~~” “이제 장난감은 그만~~” 오늘따라 잠을 안 자는 4살 아들. 엄마 계획을 알기라도 하는지 유난히 안 잔다. ‘아 오늘 계획은 10시까지 아이 재우고 내 할 일에 대해 고민해 보는 거였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안 자는 거야~~’라는 속마음을 들킨 게 분명하다. 내 조급함이 널 잠들지 못하게 하는 걸까.
아이에게 잠에 관련된 책을 읽어 주며 “꿈나라로 갔어요~! 지호도 이제 꿈나라로 가자~” 고 나름의 유혹을 해본다. 그 과정이 몇 번 반복된 뒤 아이는 물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오며 자신만의 루틴을 꼭 나와 함께 해내고 눕는다. 아이 옆에서 잠자는 숨소리를 내면 좀 더 빨리 자게 될까 자는 연기를 해본다.
“아! 지금 몇 시야!” 자는 연기를 하다가 진짜 잠들어 버렸다!! 시간은 12시.. 그냥 잘까 하다가 며칠을 이런 식으로 자버렸는데 오늘을 안돼하며 일어난다. 아이는 천사처럼 옆에서 자고 있다. 아이 볼을 내 양손으로 비비고 귀여움 충전한 후 비로소 이제야 시작된 내 미라클나잇. 방문을 살포시 닫고 살금살금 걸어서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오래돼서 켜지는데 5분이 걸리는 컴퓨터가 버겁게 켜졌다. 그제야 일러스트레이터를 켠다. 일러스트레이터는 벡터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3~4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편집디자인 일을 하였기에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돈 벌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기웃거려 보려 한다.
몇 달째 육아와 집안일하는 사이사이 내 머릿속은 집에서 돈 벌 수 있는 일로 가득했다. 처음에는 직장을 알아볼까 생각했지만 4년 만에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게 막연하게 느껴졌다.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했는데 지호는 잔병치레가 많은 편. 내가 가진 역량 안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니 많은 선택권이 없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건 일러스트레이터.
집에서 돈을 벌 고 싶은 이유는 어린이집 가면서 얻게 된 시간. 그리고 아무도 눈치 주지 않았는데 남편이 번 돈을 마음대로 쓰는 게 눈치 보이는 눈치병. 그만큼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가족들 모두가 잠든 밤 모니터의 빈 화면을 바라보면서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생각한다. 돌잔치 초대장? 링크 걸 줄 모르는데. 엽서?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고. 이 전 회사에서 했던 일인 현수막 제작? 아 그건 월마다 그림, 사진 사이트에 돈을 내야 하는데. 마우스를 괜히 클릭 클릭 해보다가 생각 난 스티커!!
‘아이 어린이집 입학 준비물에 다 이름을 써오라고 했었지!!’ 초록창에 ‘네임스티커’를 검색해 본다. 이름만 변경하면 되고 그림도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그릴 수 있는 정도! 지호에게도 네임스티커가 필요하니까 한번 제작해 볼까? 하면서 노트에 네임스티커 답례스티커를 적기 시작했다.
나는 어릴 적 스티커를 좋아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귀여운 그림이 들어간 스티커가 있으면 쓰지 않아도 사 모으곤 했다. 지금도 쓰지 않고 사놓기만 한 스티커들이 가득하다. 나에게 스티커는 장식해 두지 않는 장식품과 같았다. 소유 자체로 행복하다. 이렇게 가성비 좋은 행복이 있을까!
아이에게 네임스티커가 필요하고 나는 스티커를 좋아한다. 일러스트레이터에 네모칸을 그리고 이름을 적고 단순한 별, 하트 그림을 그려 넣어보니 어딘가 부족하다. ‘아! 우리 지호는 아직 글을 못 읽지!’ 핸드폰에 있는 지호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서 서울에서 1년 동안 누끼(배경날림) 작업을 했던 실력으로 사진 작업을 하고 옆에 이름을 적었다. 포토스티커? 좀 괜찮은데! 검색해 보니 포토네임스티커 판매처는 일반 네임스티커 보다 많지 않았고 내가 마음에 드는 포토네임스티커도 없었다.
그렇게 공간제약도 없고 소자본으로 가능한 네임스티커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의 준비물과 내가 좋아하는 물건의 교집합! 그게 돈이 된다며 얼마나 짜릿할까? 새로운 일이 재미도 있을 거 같은 마음에 흥미진진해졌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다가 사랑스러운 아이가 생겨 육아에 전념했다.
남들이 보면 다 똑같은 중복되는 아이 사진을 하나하나 보면서 귀여워 어쩔 줄 몰라 지우지 못해 폰 용량을 가득 채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지만 왜 인지 모르게 조금씩 내가 작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 공허함이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게 만들었다. 내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도 이길 짜릿함이 느껴졌다.
막연하지만 해볼까? 하는 일이 정해졌고 하나씩 해 나가는 과정을 생각하는 자체로 설레었다. 그렇게 육아만 있던 내 일상에 미라클나잇이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