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사람을 남기는 사람>

정지우, 2025, 마름모, <사람을 남기는 사람>

by 진다르크

이 책은 관계에 관한 글을 담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간과해왔던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개인주의 시대에서 정지우의 글은 우리는 결코 혼자 살 수 없으며 타인의 도움을 받고 그리고 주는 사랑을 통해 살아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책이 꽤 두꺼웠으나 읽는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느새 내가 이만큼이나 읽었다는 책 두께를 잡으며 생각한다. 정지우의 글은 참으로 담백하다. 그리고 진솔하다. 그의 생각은 따사로운 햇살 같다. 그의 글을 유심히 맛있게 음미한다. 그러다 나와 가치관이 비슷한 문장이 나오면 그의 섬세하고 배려심 많은 마음을 느껴본다. 그동안 내가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글로 쓰지 못한 것들을 그는 이 책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삶을 채우라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 시간, 공간, 사람들로. 그리고 나는 곰곰이 생각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본다. 익선동 카페골목, 커피숍, 카페 투어, 책 냄새, 헌책방, 도서관, 강아지, 애견카페, 책, 롯데월드, 화장품, 설거지, 글쓰기, 요가, 피아노, 산책, 등산, 삼겹살, 새벽 밤공기, 해 질 녘, 제주도, 여름, 목욕탕, 바닐라라테, 한강, 사우나.


생각해 보면 평범한 일상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있다. 그래서 매일매일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간혹 지인들이 너는 항상 즐거워 보여. 원래 웃음이 많아?라고 물어볼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늘 감사생활을 하면 안 기쁠 수가 없다고. 그리고 늘 죽음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고. 메멘토모리. 카르페디엠. 그래서 나는 늘 죽음을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은 취미가 없다거나 딱히 하고싶은게 없다는 사람들을 왕왕 보았다. 그럴때면 하고싶은 일을 하고있고 그것을 찾은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가고싶은 학과가 너무 많아 진로선택에 고민이 많았다. 지금도 여전히 지적호기심도 많고 배우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가지 못했던 학과들의 한은 취미로 많이 해소했다. 직장인 극단, 피아노학원, 철학과 심리책 수양으로. 그리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설레어진다.


올해 겨울쯤 있었던 일화 하나를 말하려고 한다. 시끌벅적한 카페 안, 아는 동생에게 언니는 왜 힘든 일만 하려고 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동생의 눈빛은 악의 없는, 순수하고 정말로 궁금해서 한 질문처럼 보였다. 코로나 시기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후, 추후에 또 어떠한 자격증을 딸까 고민하던 도중 간호사, 요양보호사 또는 장례지도사를 검토하였는데 이 중에 무엇을 할지 아직 고르지 못했다는 나의 말에 동생이 그러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입장에서는 나와 가치관이 다르니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부터 유치원교사라는 꿈을 꾸었고 대학을 졸업하고 유아교사라는 꿈을 이루었는데 그 직업을 내가 선택했던 이유는 아이들에게 최초의 선생님으로서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 시절, 박봉이고 힘든 업무 속에서도 불구하고 나의 어깨는 사명감으로 아주 단단했고 너무 단단했던 나머지, 아이들에게 간혹 호랑이 선생님의 모습을 보였었다. 지금은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그 아이들을 떠올리니 가슴 한켠에 오랫동안 묵혀있던 죄책감이라는 돌덩이가 다시 흔들린다. 좀 더 안아주고 좀 더 웃어줄걸. 그리고 간혹 나는 이러한 상상을 한다. 내가 조금 더 나이가 들고 기회가 된다면 유기견 단체를 운영해서 수많은 유기견들을 돌보며 살고 싶다고. 또는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많은 미소와 도움을 주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그리고 친구에게 생일선물을 건네주고 기부를 할때면 나에게 쓰는 소비보다 더 큰 기쁨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결국 삶은 타인을 위해 일하고, 타인에게 사랑을 건네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 더 진정한 가치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곰곰이 사유해 보면 내가 소설가가 되고 싶은 이유도 거창한 등단과 상금이 아닌, 그리고 수입도 아닌, 단지 독자들에게 따뜻하고 힘이 되는 글을 선사하는 것이다. 소중한 시간을 써서 나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왜냐하면 따뜻한 글은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죽을 때까지 글을 쓸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삶을 채우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허들을 넘어서야 한다. 타인의 의식을 쫓아가지 말고 진정 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오늘도 읽고 싶은 책이 또 하나 생겼다. 밀리의 서재에서 정지우 작가의 책을 모조리 담았기 때문이다.

KakaoTalk_20250714_183705794_01.jpg
KakaoTalk_20250714_183705794.jpg
KakaoTalk_20250714_183705794_02.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STOP THE STEAL! 모스탄 대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