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2018, 웅진지식하우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by 진다르크

요즘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껴 이틀에 한 번꼴은 집 앞 도보 5분 거리인 도서관을 꼭 방문한다. 그리고 여러 책을 지나 제목과 귀여운 그림체에 이끌려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하완 작가는 일러스트와 회사를 오랫동안 병행하다가 너무 열심히(?) 산 탓에, 회사를 퇴사한 후 프리랜서 그림작가와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였다. 하완 작가는 사랑스럽고 다소 병맛스러운 그림체와 함께 스스로를 야매 득도 에세이 책이라고 소개한다. 유머스러운 그는 소박한 일상생활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나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을 보니 덩달아 반가운 마음도 든다.


우리는 늘 노력하라고, 열심히 살라고, 나태해지면 안 된다고 어릴 적부터 세뇌를 당하며(?) 살아왔다. 또 그렇게 계속 살아가고 있고 게으른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책 하기도 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 맹목적인 정답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과연 그 생각이 정말 정답이고 옳은 길이 맞는 걸까?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아교사 시절, 그때의 나는 박봉과 힘든 업무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였고 학자금 대출까지 갚느라 아주 적은 생활비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3년 차가 되자 직업에 대한 권태기와 회의감이 몰아닥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잦은 이직과 동료 교사들과 오해가 쌓여 인간관계에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루하루 출근하는 것이 곤욕이었다. 지옥이었다. 무작정 내과에 가서 의사에게 울음을 터트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울증이었던 것 같다. 꾸역꾸역, 나 자신보다 교사로서의 책임감, 의무감을 더 중요시하였다. 그 결과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병이 생겨 지금은 레이저 치료로도 치유가 안되는, 왼쪽 팔에 아주 길고 선명한 흉터를 가지게 되었다. 간혹 누군가 팔에 자해를 한 거냐고 물어볼 때마다 아니라는 변명과 함께 그때의 힘든 기억이 다시 되살아난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왼쪽 팔을 의식적으로 안 보는 습관이 생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미련하고 바보였다. 힘들면 퇴사를 하거나 원장님과의 면담, 동료 교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될 것을. 나 자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데, 정말 스스로에게 하는 학대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나의 발목을 붙잡은건 퇴사를 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나의 길은 유아교사, 한 길만 있는 줄 알았다. 전공을 하였고 어릴 적부터 장래희망이었기 때문에 더 그러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이거 말곤 다른 직업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인간이 참 간사한 게 퇴사를 하고 몇 년이 흐르니 다시 아이들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종종 대체교사를 통해 그때의 설렘, 보람을 채우곤 한다.


하완 작가는 너무 열심히 살지 말라고 한다. 나도 이 말에 공감한다. 그렇다고 정말 열심히 살지 말라는 것이 아닌, 힘을 빼고 최선을 다하되, 과정을 즐기고 재미있게 살라는 것이다. 오히려 어깨에 긴장을 푸니 마음이 더 여유로워졌다. 그리고 일도 더 잘 풀렸다. 소설 공모전에 떨어져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 됐다. 떨어져도 그만, 붙으면 더 좋고. 이러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결과에 집착하는 것을 내려놓고 인생을 즐기는 여정이 더 중요한 듯하다. 그렇다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적당한, 평범한 일상에 가치를 더 두라는 것이다. 나는 다행히도 물욕이 거의 없다. 성향의 차이겠지만 운동화와 옷도 그냥 몇 벌 안 되는 것들을 번갈아 사용하며 명품보다는 책을 더 좋아한다. 게다가 집도 없고 차도 없다. 애인도 없다. 월세살이에다가 결혼도 안 했다. 그런데 딱히 걱정이 없다. 불안도 거의 없다.


그런데 내가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고 끊임없는 마음공부 덕에 무소유?에 가까워진 사람이 되었다. 내가 평소에 즐겨보는 유튜버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딱히 특출나는 게 없어요. 잘하는 것도 없고요. 이런 나 자신을 인정하기까지 44년이 걸렸어요. 그렇다. 나도 딱히 잘하는 게 없다. 학교 공부는 정말 못했고 작문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가도 아니며 독서는 집중시간이 짧고 의외로 산만하다. 종종 두서없이 말하고 쓸 때가 있으며 독수리 타자라서 작문에 시간이 남보다 더 소요된다. 모아둔 돈도 없을뿐더러 영어도 지리리도 못한다. 나보다 초등학생이 더 잘할 듯하다. 이건 진짜다. 그런데 이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밖에. 나의 단점도, 못난 부분까지도 받아들이고 안아줘야 한다.


그냥 맛있는 것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일상들을 통해 하루하루를 즐겁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것들이 매우 소중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노력은 하되, 아니면 말고.라는 여유로운 태도로 결과보단 과정을 더 즐길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공간으로 가득 채우며 살아가고 싶다. 솔직히 이렇게 멋있는척하면서 글 쓰는 나도 잘 모른다. 잘 모르겠다. 모르는 게 인생이다. 정답 없는 게 인생이다. 그러니 우리 너무 애쓰지 말고 묵묵히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자. 타인의 의식에 휘둘리지 말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진정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삶을 채워나가자.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며 감사함을 느끼자. 열심히 보다는 재미있고 즐겁게 살자. 현재에 집중하고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자. 오늘 하루는 선물이다.


아모르파티. 카르페디엠.


느려도 괜찮아.


묵묵히 느린 걸음으로 너의 길을 걸어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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