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하는 취향은 무엇입니까?
20대 때는 월급에 반을 쇼핑으로 소비하였고 아직까지도 왕왕 쓸데없는 소비를 한다. 이러한 소비 습관들 때문에 돈은 많이 못 모았지만 이제서야 나의 진짜 취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게 되었다.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호캉스도 가보고 오마카세도 가보았다. 남들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하길래 명품백도 사보았다. 인스타 언니들처럼 섹시해 보이려고 높은 구두에 짧은 치마도 입어보고 서툰 화장도 해보았다. 가뜩이나 작은 손톱을 길러서 네일아트도 해보고 재테크는 필수라며 주식, 코인에도 관심을 가져보았다. 이제 AI 시대가 온다는 말에 관련된 책을 사보기도 하고 주말에는 친구들 따라 클럽도 가보고 유행하는 영화, 드라마도 시청해 보고 유행하는 캐릭터 인형도 사보았다. 유행하는 명품 브랜드가 있으면 돈을 모아 구매하기도 했다. 남들도 한 번쯤은 가보았다는 해외여행도 갔다.
그런데 정작 다 해보니 내가 진짜 좋아하는 취향들은 따로 있었다.
치마보다는 바지를, 구두보다는 운동화를, 화장보다는 민낯을, 고데기보다는 올림머리를, 오마카세보다는 삼겹살을, 자동차보다는 걷거나 지하철을, 무거운 명품백보다는 나이키 백팩이 더 편하다. AI 분야보다는 소설책을, 게임보다는 산책을, 골프보다는 요가를, 투자보다는 저축을, 테니스보다는 등산을,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호캉스보다는 펜션을 더 좋아한다. 시끄러운 공간보다는 고요하고 평온한 공간을, 기계보다는 아날로그를, 술보다는 바닐라라떼를, 명품보다는 소품샵에 있는 아기자기한 키링을, 액션 영화보다는 로맨스를 더 좋아한다. 해외여행보다는 국내 여행과 집콕을, 네일아트보다는 손톱을 짧게 깎는 것을, 화려한 액세서리보다는 묵주 팔찌 또는 아무것도 차고 있지 않은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우아하고 세련된 것들보다는 약간은 촌스럽고 캐주얼한 것들을 더 좋아한다.
촌스러워도 어쩌겠는가. 이게 나인걸.
진짜 내가 좋아하는 취향, 공간, 취미, 물건, 꿈을 알게 되니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도 상상해 본다.
고요하고 평온한 시골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밤에는 책을 읽거나 또는 유기견 센터를 차려 아이들을 돌봐주는, 아니면 내가 모은 재산, 재능들을 사람들에게 나누는 모습을.
무엇이 되었든 나는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며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