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충분히 이뻤어>

by 진다르크

벌써 십 년도 넘은 이야기다. 이렇게나 세월이 빠르다니, 나도 나이를 많이 먹긴 했구나, 새삼 다시 한번 느낀다. 대학을 다니면서 전공을 살리기 위해 사립유치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학자금 대출에 부모님에게도 용돈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터라 아르바이트는 나에게 생존이었고 아침 일곱시 삼심분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했었다. 오전에 아이들을 차량에 태우고 각 반에서 선생님의 보조업무를 도우고 점심에는 아이들에게 배식을 제공하고 오후에는 다시 차량을 도는 일이었다. 업무 강도에 비해 급여는 적었지만 전공을 위해 배울 것들이 많았고 인천에서 제일 크고 유명한 유치원이었기에 선생님들이 대략 30명 가까이 되었다. 그래서 나름 자부심을 가지며 일했었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지내는 일상들이 나에게 큰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수영장이 크게 있었던 유치원이었는데 남자 선생님 혼자서 밥도 잘 못 드시고 혼자서 아이들에게 수업을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힘내라는 뜻으로 빵과 주스를 사서 수영 선생님에게 드린 것이 첫 연애의 시작이었다. 스무 살 초의 연애였던지라 매우 쑥스러움이 많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눈 한번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었다. 그러다 남자친구가 군대를 가게 되었고 나는 얼떨결에 고무신이 되었다. 남자친구가 상병이 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택배로 군대 선임들의 간식까지 보내었고 남자친구의 생필품, 8단 도시락, 손 편지 모든 것들을 보냈다. 그러다 남자친구가 휴가를 받아 데이트하던 날, 오래되어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서로 오해가 생겨 다툼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자존감도 매우 낮았고 치아교정도 하기 전이라 콤플렉스가 너무 창피했고 남자친구에게 늘 소심한 모습이었다. 나도 너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너를 많이 좋아한다고, 다 오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었다. 정말 별거 아닌 것에 우리는 결국 이별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스스로를 매우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빛나는 청춘이었는데 그때는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몰랐었다. 늘 나의 못난 모습만 보였고 한없이 작아졌다. 그때 그 친구는 지금쯤 잘 살고 있을까. 뭐하며 지낼까. 종종 생각난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가정을 빨리 이루고 싶다고 말했던 친구. 진호야, 그때 그 시절, 나와 한편의 추억을 만들어줘서 너무 고마웠어. 그때 나도 너 많이 좋아했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을 너와 함께 보내서 정말 좋았어. 앞으로 너의 꿈을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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