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2015, 문학동네

by 진다르크

몇 달 전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 책을 완독하고 나서 나는 감탄과 동시에 여운이 오래 남았다. 그 후 김연수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고 이 작가가 쓴 책은 모조리 다 읽고 싶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제목부터 나의 마음을 충분히 이끌었다. 김연수의 글은 매우 섬세하다. 읽는 내내 어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섬세할까. 감탄을 자아냈다. 게다가 시 부분을 읽게 되면 초라한 나의 작문 실력이 부끄러워지며 나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나는 이제 글을 쓴 지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나의 글을 보면 참으로 부끄럽고 하찮게 느껴진다. 그러나 점차 작문 실력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이 기특해지며 뿌듯해진다. 나는 글쓰기에 큰 재능이 없으므로 역시나 꾸준함이 답인 것 같다. 독서를 할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나는 메모해 두었다가 꼭 국어사전에서 뜻을 찾아본다. 아는 단어도 일부러 다시 뜻을 검색해 본다. 그리고 새삼 놀랜다. 내가 모르는 단어가 이렇게나 많았다고? 영어 공부가 아니라 한국어 공부 먼저 해야겠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구절과 문장이 있으면 꼭 줄을 긋고 메모해둔다.


사실 언어는 오로지 나의 생각이 아닌 누군가의 글과 생각을 모방한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나의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독자 없는 소설가, 작가 지망생이다. 본업과 병행하며 게으르다는 핑계로 소설 창작을 계속 미루게 된다. 사실 막막함이 제일 고통스럽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분 좋은 고통이 있어야 한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을 하는 것처럼 글쓰기 과정 또한 고통이 따른다. 그런데 그 고통을 마주치지 싫어서 작문을 계속 미루게 되고 다른 소설가들의 글을 연마한다는 핑계로 독서만 하게 된다. 나는 나에게 글쓰기 재능이 없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질이 아닌 양으로 추진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사실 재능이란 꾸준히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내가 실패한 글들이 많아질수록 꿈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주인공 카밀라에게 연인이 이렇게 말한다. 카밀라 글을 매일 써. 막막하면 막막하다고 솔직하게 써버려. 결국 카밀라는 우연히 시작한 매일 글쓰기를 통해 결국 작가가 된다.


글은 나의 심연의 무의식에 데려다준다. 무의식의 나의 내면 아이를 바라보게 한다. 나는 소설로 나의 무의식과 동화 같은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



불행이란 태양과도 같아서 구름이나 달에 잠시 가려지는 일은 있을망정 이들의 삶에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거기 늘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거기 늘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이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불행을 온몸으로 껴안을 때, 그 불행은 사라질 것입니다. 신의 위로가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그 길뿐입니다.



우리는 점의 인생을 살고 난 뒤에 그걸 선의 인생으로 회상한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인생은 이다지도 짧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건 모두에게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겠지. 처음부터 제대로 산다면 인생은 한 번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단번에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그게 제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 결정적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그런 결정적인 실수를 수없이 저지른다는 걸 이제는 잘 알겠다. 그러니 한 번의 삶은 너무나 부족하다. 세 번쯤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의 삶은 살아보지 않은 삶이나 마찬가지다.



"제 영화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상징은 날개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에요.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역시 그와 같아요.

꿈과 같은 일이라 네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야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결국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날개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잘 알아야만 합니다.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날개가 없었다면, 하늘을 난다는 생각조차 못 했을 테니까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도 못 했을 테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깊고 어둡고 서늘한 심연이다.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 심연 앞에서 주춤거렸다. 심연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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