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지 못한 과거에 대하여
나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제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어
딱 하나 욕심을 더 부리면 나
그곳에서 되돌아오고 싶지 않아
'가을방학, 지혜'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나요
짧고 긴 것은 비교할 수 있지만
얇고 깊음은 결코 비교할 수 없을
여러분이 살아온 이야기는
어떤 것들을 담고 있나요
그 이야기를 되돌아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
그곳엔 어떤 것들이 있었고
누구와 함께 있었고
여러분의 표정은 어떠했던가요
저는 가을방학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멜로디와 고운 목소리도 좋지만
꾹꾹 눌러쓴 편지처럼
씹으면 씹을수록 다른 맛이 나는
커피쿠키 같은 가사를 좋아합니다
들을 때마다 영감을 주고
글을 쓰고 싶게 만들어줍니다
이번 주의 글도 문득 이 음악이 떠올라
몇 번이고 곱씹어 듣다가
하나씩 꾹꾹 눌러쓰게 되었습니다
똑똑하길 바라 이름을 지은
똑똑하면 행복할까 의문을 가진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꼭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는
지혜라는 사람의 이야기
여러분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여러분이 가진 이야기 중
가장 하이라이트가 된
그런 순간이 있나요
되돌아가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즐기고
그때의 선택을 다시 돌아보고
다시 현재로 돌아올 수 있다면
과거라는 이야기의 중간 부분을 지우고
현재의 내가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다면
말 한마디, 편지 한 줄, 표정 하나까지
다시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정말로,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나요
누군가는 가장 행복하고 찬란했던
어떤 순간을 떠올리겠지만
몇몇의 우리는 잊지 못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상을 떠올렸을 것 같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는 다르고
모두가 찬란하진 못하며
누군가에겐 당연하겠지만
우리에겐 마땅히 애써야 했던
기쁨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슬픔과 한통속이 될 수밖에 없는
옛 생각만 떠올리는 아직은 어린
우리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각자가 다르게 마땅히 애써온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이 집에선 네가 엄마나 마찬가지야'
그렇게 하고 싶어 그런 것이 아닌
그래야만 살아남았던 시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앎에도
마땅히 그래야 하므로 받아들인 것
주변의 기분을 책임지고
스스로를 책임지는 것도 마땅했던 것
자신은 어디에도 기대지 못했지만
나는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했던 것
용기를 내어 마음을 열어봤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못했던 것
그 조차 주변의 문제가 아닌
마음을 열어버린 자신의 탓이라 여긴 것
언제나 내가 먼저 잘못한 것을 찾고
실수를 되뇌며 그래왔던 것
난 다음에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주변의 실수는 좋게 넘어가버린 것
'너까지 그러면, 내가 어떻게 살아'
마땅히 내가 나 자신의
부모가 되어야 했던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내지 못했던 것
주변의 믿을 수 없는 배신에
분노 한번, 표현 한번 하지 못하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닥치면
준비하지 못한 나를 탓해온 것
가난도, 책임도, 버티는 것도
당연하고 마땅한 것으로 느낀 것
스스로 견디기도 버거운
슬픔과 한통속이 돼버린 것
나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닌
가치 있는 존재가 돼야 했던
조금은 이르게 어른이 되어버린
마음속에 숨어있던 작은 아이를
마땅함이라는 단어에 가두고
지독하게 살아내게 했던 것
'당연히 잘하고 있고,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슬픔과 한통속이 돼버린
그것이 마땅히 그래야만 했던
그 이야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나요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야만 했던 이유도 없고
슬픔과 한통속이 돼야만 했던
이유는 더더욱 없었습니다
다만, 당신은 그저 살아내고 싶었기에
다른 방법으로는 살아갈 수 없었기에
그것들이 모두 마땅한 것이라 받아들이고
슬픔과 한통속이 되었을 뿐입니다
가엾게도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것
요즘 아이 같지 않다고
어른스럽고 성숙하다 말을 듣지만
그건 그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살아냈다는 것
그렇게 보내온 시간들이
결코 의미 없진 않았다는 것
그렇기에 당신의 잘못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
그로 인해 지금도 힘들어할
책임은 결코 없다는 것
소원을 하나 이룰 수 있다면
마땅히 그래야만 했던
분명 그럴 필요는 없었던
제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애도의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우리가 갖지 못했던 어린 시절
조금은 더 천진난만하고
무책임하고 실수해도 괜찮은
보호받지 못한 그때 그 시간들
첫 기억이 시작된 순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처음으로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어느 시기던 상관없이
마땅히 누렸어야 할
그 나이의 모습이 되지 못한
가지지 못했던 그 시절 그 모습
조금은 무너져도 괜찮았을 시간
그 시간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그 시간들이
지금의 우리를 괴롭히지 않길 바라
가을방학의 쿠키 같은 가사를 빌려
그 순간으로 돌아가봤습니다
제발 되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못내 마음에 남아 많은 생각이 떠올라
나름대로 단단한 단어와 표현들로
꾹꾹 눌러서 글 속에 담아봤습니다
애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더 이상 마음에 남은 것이 아닌
슬퍼하고 아쉬워하며 떠나보내고
이젠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젠 떠나보내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마음 한 구석을
아리도록 괴롭게 했던
살아내기 위해 했던 것들을
마땅히 그래야만 했던
즐기고 놓치지 못했던
이제는 제법 잘 버텨온
그 시간들을 떠나보내면
생활력, 책임감, 어른스러움
제법 멋진 능력이 남아 있을 테니
그러면 이제 제법 행복해질 것 같으니
모든 것을 지워내 주면 좋겠습니다
이번 한 주도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