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일기장

사랑한다 선영아!

by 틈새

선영아 사랑해!

어느 날 갑자기 이 두 어절의 문장이 등장하기 시작한 날이 있었다. 거리를 달리는 시내버스 외벽에도, 지하철역에도, 육교에도, 전봇대에도, 택시에도 이 포스터가 붙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문장이었다. ‘사랑’이라는 단어와 ‘선영’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잘 어울린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촉촉하게 봄비 내리던 시애틀의 오후, S 커피 1호점에서 마셨던 캬라멜 마키아토처럼 상큼하고 달콤했다.



나에게도 사랑하는 선영이 있었다. 여름 햇살 듬뿍 받고 피어난 해바라기같이 환하고, 봄날 아침에 하늘 높이 날며 노래하는 종달새처럼 귀엽고 경쾌한 아이였다, 동그랗게 큰 눈은 길섶의 아침이슬처럼 영롱했다. 애교와 장난기가 섞인 정겨운 말투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그래서 넘치는 사랑이 자신도 모르게 뿜어져 나와 주변을 환하게 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구김살 없이 사랑스러웠다. 눈꼬리 살짝 올리며 티 없이 웃는 웃음은 그 사랑을 나눠줄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아이였다.



선영이는 자주 편지를 써서 교무실로 가져왔다. 그 편지들은 펴서 읽기도 전에 나를 행복하게 했다. 같은 모양의 편지는 하나도 없었다. 예쁜 종이에 써 오기도 하고, 엽서에 써서 가져온 날도 있고, 긴 종이에 장문의 글을 써오기도 했다. 어느 날은 학급 전체 아이들이 쓴 편지를 모아서 가지고 왔다. 내 생일 축하 카드였다. 반 명령조로 친구들을 협박했을 지도 모르는, 그렇지만 친구들도 기꺼이 응했을 그 편지를 들고 와서 내게 한아름 안겨주었다. 선생님은 아주 당연히 이 편지들을 받으셔야 한다는 눈빛을 내게 쏟으며 환하게 웃고 갔다. 맑고 투명한 아이의 미소는 내게도 전염되어 덩달아 즐겁고 행복했다.



어느 곳에서나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을 아이였다. 늘 네모 반듯한 틀 속에 나를 가두는 일이 몸에 배어버린 나에게 그 아이의 미소는 늘 청량음료였다. 그 아이는 나의 엄마가 늘 강요했던 네모와 나도 모르게 내가 만들고 있는 네모의 틀이 얼마나 무모하고 부질없는 것인지 알게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나의 마음을 그 부질없는 네모 틀에 숨기고 있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고, 나의 보물상자에서 곱게 자고 있는 이 아이들을 꺼냈다. 보석이 이 아이의 마음보다 더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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