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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Jan 04. 2024

시간이 필요한 걸까?

감정이란 놈은 제멋대로  파도타기 중이다..

마음이 감기에 걸렸다.

시간이 필요했다.


짧은 한 번의 만남

우연히 옷깃이 스쳤다.

비슷한 시간에 운동하로 나오기 때문에 순간의 만남이 이상할리 없었다.

멋모르고 마주하던 때와 다른 감정이었다.


감정이란 자신이 모르는 방향으로 이끈다.

언제인지 모를 책에서의 문장이 떠올랐다.

"감정만 잘 다스려도 자신의 인생을 지배할 수 있다고"

비슷한 문장이었다.


정신 집중이 안 될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답이었다.

알지만 오히려 몸은 무기력을 불러왔다.


 읽다 만 책을 붙들고 눈도장 찍으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글자만 읽었다.

되돌려 내용을 파악하려 해도 내 눈엔 글 해석이 필요했다.


알고 있었다.

마음이란 게 억지로 붙잡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말이다.

그냥 지금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레 떠나갈 때까지 놓아주는 거였다.

자꾸 그 감정에 몰입하니 더 붙잡고 힘들어했다.


어쩌면 잘했다.

지금의 흔들림이 나중을 위해서 잘한 선택이었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얼마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불 필요한 것들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저장 잡히지 않으려 노력했다.


타인과의 관계든

어떤 일을 해야 하든지

무얼 먹던지

최소의 시간으로  최대의 효율을 올리려 했다.


달리는 내 모습이 이뻐 보인다며 수줍은 듯 핸드폰 번호를 내밀던 사람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쓸쓸함이 찾아올 때 나도 모르게 한 번 만나서 수다와 웃음을 낚았다.

몇 번 밥 먹자는 문자를 정중히 거절했다.

핑계될 게 없어서 글 쓰는 거에 집중한다는 어설픈 문자로 대신했다.

진짜 여섯 편의 에세이 작업에 예민한 상황이었다.

여섯 명의 글쓰기 멤버와 내 인생 첫 책이 탄생하는 시기였다.


"글 쓰다 머리 아프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커피 사드릴게요"


긴 여운이 남는 글귀였다.


매서운 한파가 몰려 올 어느 추운 날 이른 아침에 우린 마주쳤다.

5 킬로를 채워야 했기에 눈인사만 하고 스쳤다.

목표를 완주하고 숨이 헉헉거리며 벤치에서 시린 손으로 몇 글자 끄적이고 있었다.

산책하고 올라오는 길에 민망한 눈 맞춤이었다.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커피 사줄게"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웃으면서 거절했다.


여러 번 감미로운 안부 인사에 서로의 향기를 주고받았다.

생각지도 않게 일처리가 빨리 끝나고 집에 가기 싫은 어느 날이었다.

"커피 사달라고"

망설임 끝에 톡을 보냈다.

역시 자리에 없었다.


또 한 번 호수공원 달리고 나서 떠도는 생각주머니를 정리하고 다시 한번 톡을 남겼다.

갑자기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톡 날리는 상황에 나조차 이해되지 않았다.

근처가 아니라 또 한 번의 민망함이었다.

대기 중이지 않은 이상 갑자스런 약속의 부재는 당연했다.


자기 합리화를 했다.

첫 만남에서 친구랑 합석했기에 몇 마디 주고받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았다.

오히려 편안 친구랑은 허물없는 입담으로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머릿속에는 딱 한번 다시 만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 궁금했다.

핑계였을까?

여러 번 내 편한 시간에 톡을 남겼지만 다행히 만남을 이뤄지지 않았다.


새해 들어 매일 아침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집으로 왔다.

그때마나 스쳐가는 그분의 연락처가 나의 아까운 에너지를 저장 잡았다.

번호를 지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고 잘 지내라는 안부인사로 끝냈다.

번호도 삭제했다.

 

한 참 후에 솔직한 감정이 담긴 장문의 글이 와 있었다.

그 사람의 마음이 들어있는 글에 내 마음이 흔들렸다.

여러 통의 글에 아무 말 없이 나가기 버튼을 누렸다.


딱 한 번의 짧은 만남

여유로운 호수공원을 보며 힘겹게 달리면서 잠깐 스치는 상황

어쩌다 올라온 안부인사

이게 전부였다.


감정이란 그런 거였다.

호수공원을 달릴 때면 혹시나 마주하지 않을까?

달리고 나서 핸.폰을 만지작 거렸다.

그런 행동이 싫어서 오늘 과감히 내 기록에서 삭제했다.

정말 잘한 행동이었다.

서로를 위해서 깔끔한 정리!

그런데 내 마음은 평상시 읽는 책에 집중을 못하는 걸까?

뭣 때문에?

마음 하나 데리고 사는 것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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