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하락론자 둘과의 삼자대면

결국 떨어지는 거 보라며 '부동산 안 사길 잘했다'는 그들과의 티미팅

by 파란카피

늦은 신혼, 신축 아파트 전세로 시작해 15년째 그 집에 여전히 전세로 살고 있는 그. 2년마다 전세금만 꼬박꼬박 따박따박 올려줬지만 언젠가는 하락할 거니 그 정도야 참을 수 있다는 그. 2년 전 그 집을 7억 원에 사라고 했지만 거절했고 지금 정확히 두배가 되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면서도 집값이 미쳤다며 그런 집 사는 사람도 미쳤다는 그.


그에게 10년 전부터 집을 사라고 했고 정확히 지역과 브랜드를 알려주기를 몇 차례, 늘 그는 손사래를 쳤다. 최근 벼락 거지라는 단어에 휘청하던 그에게 마지막으로 추천해줬던 곳이 바로 부산 남천동의 한 구축 맨션이었다. 그마저도 거절하기에 월세 파이프라인을 위해 정말 마지막으로 추천해 준 곳이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한 최강 입지 아파트 급매였다. 26평에 3억 천만 원, 연세(제주는 월세가 아니라 연 단위로 임대료를 낸다.) 1800만 원이 가능한 곳이었다.


정말 마지막 추천에도 결국 거절 의사를 표명한 그의 이유는 다소 황당했다. 순결한 무주택을 지켜온 그인데 얼마 전 아내가 그도 모르게 부산 인근 지역의 한 아파트에 공동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1.주.택.자.가 되어버렸다는 것. 부산 강서 에코델타시티의 한 아파트 공공분양을 앞두고 있어 꼭 청약하라고 연락을 한 그날, 그 이야기를 들었다.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그는 오죽할까 싶어.




그는 실거주를 위한 아파트를 처분하고 처가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곳의 한 아파트를 매도해 입주한 그는 부동산 상승기마다 속이 탔다. 처분했던 아파트는 2억이 올랐고 새로 장만한 아파트는 8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부산 외곽이라 매도하고 이사를 계획했지만 결국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다시 인테리어를 하고 눌러앉았다.


그는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때마다 불편한 표정이었다. 어느 순간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고 아파트를 내놓고 이사를 계획하던 시점에 넌지시 괜찮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부산 동래에 몇 군데를 추천했고 당장 뛰어가시라 했다. 결국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자동 거절이 되었고 그 아파트들은 가파르게 올라 6개월 만에 2억 원이 가파르게 올랐다. 이런 진풍경을 바로 눈앞에서 똑똑히 목도했다.


여전히 그는 부산 외곽의 1 주택으로 안정된 주거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부동산 조정기인 지금, 하락할 가능성에 남모를 안도를 하고 있다. 봐, 역시 내 선택이 옳았어. 다 거품이었고 이제 시작이지. 아무것도 안 한 내가 위너야.라고 생각할 거라는 내 생각과 달리 그가 나에게 건넨 말, 니 이야기, 들을 걸 그랬네.


face-5987459_1920.jpg @ pixabay


내 주위의 대표적인 하락론자인 두 분을 동시에 함께 삼자대면하게 될 기회가 왔다. 업무 얘기를 한참 나누다 갑자기 부동산 이야기가 나왔다. 둘 다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아 아쉽다. 이렇게 오를 줄 알았겠나. 당신은 그래도 집 한 채는 있지 않는가. 한 채 있는 아파트가 8년째 값이 그대로다. 한참을 나누다가 주식이라는 단어에 일순 침묵이 흘렀다.


KakaoTalk_20220617_143314053.jpg @ 출처불명의 재테크 풍자 짤


둘 다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은 여윳돈을 주식에 투자했다. 그리고 반토막이 났다. 폭락장에서 물타기를 했고 또다시 폭락을 이어갔다. 더 이상 엑시트를 할 수도 없을 지경이 된 셈이다. 그런 중에도 둘은 허탈과 초탈의 웃음으로 여전히 대화를 이어나갔다. 지금을 헤처 갈 그들의 해답은 명쾌했다. 그리고 씁쓸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하는 지금, 답은 존버. 주식도 회사도 모두 견디고 또 견뎌야 한다는 것. 쓸데없고 잡다한 생각을 버리고 회사에 진심을 다하고 어떻게든 버텨내자. 그래야만 지금을 살아낼 수 있다. 그것만이 답이다. 오직 해답이다.


애당초 그들 운명에 부동산은 없었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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