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 매수, 패닉 바잉을 이어가던 부동산이 어느 날 한방에 무너졌다. 온갖 자리를 메우던 부동산 상승이라는 키워드가 부동산 하락이라는 키워드로 바뀌고 상승론자도 하락론자도 부동산둥절한 시기로 접어들었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이었고 모두들 부동산이란 그런 주기가 있는 거야 라며 애써 쿨한 척하기 바쁜 요즘이다.
한참 갭 투자가 성행하던 불과 얼마 전까지 아내를 무던히 졸던 나다. 누구는 뭘 샀다더라, 뭘로 얼마를 남겼다더라, 뭐가 앞으로 좋다더라, 하루가 멀다 하고 아내의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부동산 TMI를 쏟아냈다.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았고 그래야 뒤처지지 않을 거 같았다. 마치 전 국민이 부동산 앓이를 하는 듯 투자의 대환장 파티였으니 말이다.
가장 마지막까지 아내를 졸랐던 건 바로 공시지가 1억 미만 구축 아파트였다. 낮은 갭으로 향후 재건축을 노려볼만한 물건들을 수시로 찾아냈고 나름 분석을 통해 매물을 찾아내고선 아내의 결정을 종용했다. 지역도 다양했다. 경기도에서 인천, 원주, 청주, 전주, 진주, 창원에 이르기까지 전국 지도를 펼쳐놓고 보물 찾기라도 하듯 말이다.
꼭 하나는 가지고 말겠다는 의지는 갈수록 불타올랐고 1억 미만 구축 아파트를 거부하는 아내에 맞서 제주도 소형 토지, 부산 남구의 재개발 소액 물건도 모자라 소액의 경매 물건마저 부지런히 알아내 매일 같이 보고했다. 하지만 정말 거짓말처럼 단 하나도 컨펌을 받지 못했고 올 패싱을 당했다. 아내의 이유는 간단했다.
금리가 오를 것이고 지금도 충분히 많은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며 너무 어렵게, 힘들게는 살지 말자.
수많은 물건들을 들이밀어도 아내의 이 이유 앞에선 단 칼에 무너져 내리게 되었다. 내가 너무 포기가 쉬운 남자인 건가 싶다가도 가족 앞에선 황망히 꼬리를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부동산 단체 채팅방들이 조금씩 열의가 식어가는 시기를 맞게 되면서 조금은 뚜렷한 하락세를 맞게 되었음을 감지하게 되었다. 모두가 같은 상황이었으리라.
이런 시기가 도래하자 아내의 그 무수한 민망하리만큼 거침없었던 부동산 올 패싱이 고마워지게 되었다. 무리를 하더라도 하나를 더 사서 기다리면 언젠가 달콤한 열매로 돌아오리라 그토록 꼬셨건만 단 한 번도 넘어가지 않고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잘 키우자던 아내. 그런 아내에게 고마워할 날이 오다니. 부동산을 더 열심히 안 해 다행인 날도 있구나 싶다.
무리한 투자로 골치 아픈 분들도 분명히 있으리라 본다. 주담대 금리의 가파른 상승에 거래 절벽, 시세 하락 등 당분간은 좋은 상황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대출 금리를 방어하기 위해 현재 소유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았던 분들은 지금(혹은 더 이후)을 기회로 삼아 자신에게 유리한 형태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부산 송정의 한 점짐에서 그랬다. 내 부동산의 모든 운은 아내에게서 나온다고. 아내 말을 잘 듣고 아내의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만 부동산에 빛을 볼 것이라고. 그 말 때문인가. 아내 말을 너무 잘 들어서 다행인 지금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것. 반대로 지금이 갑자기 부동산 상승장이었다면 또한 얼마나 아내를 원망했을까 싶다.
부산 기장의 한 호텔에서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고, 그 세상 속에서 우린 또한 어울려 살아간다. 그래서 앞으로 부동산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가끔 물어보는 분들이 계신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부동산 카오스, 혼돈의 시기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유튜브를 보고, 부동산의 권유로 섣불리 움직여선 안된다.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이 순간 속에서도 기회를 발견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 말이 쉽지, 당연히 실행은 어렵지만 말이다.
아내의 로망인 해운대 아파트 @이윤성
주식이든 가상화폐든 그 어떤 투자든 결국 선택과 실행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부동산을 사랑했던,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할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의 어두운 부동산 터널이 시작이 아니라 끝 지점이길 바란다. 그 사람들 속에 나 역시 함께,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터널의 끝 지점에서 다시 웃으며 손을 잡을 수 있는 그날까지, 더 힘을 내서 힘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