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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Aug 01. 2022

내 아이에게 필요한 여섯 가지 지혜

어린이를 위한 청소부 밥 속의 밥보다 소중한 지혜들

아이의 방학숙제 중 하나인 독서감상문을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 빌렸다. 급하게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덥석 빌려왔다. 위즈덤하우스의 어린이를 위한 청소부 밥.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곤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블로그 몇 개를 찾아 대충 내용을 체크했다. 그리고 아이와 대화를 통해 7번에 걸쳐 글을 쓰기로 했다. 크리스와 밥 할아버지의 만남과 이어지는 여섯 가지 지혜들을 하나씩 써 보자고.


아이와 대화를 먼저 하고 스스로 글을 쓰게 하는 과정을 시작하는데 대화를 하면서 제대로 책을 읽지 않은 내가 갈수록 내용이 꼬인다는 걸 느꼈다. 그래도 이래저래 첫 번째 글을 쓸 수 있도록, 글을 쓴 후엔 게임 시간 30분을 추가해 준다는 보상을 빌미로 과정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책을 읽고 대화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잠이 깬 새벽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2시간을 들여 완독 했다.


이 책을 읽지 않고 아이 글쓰기를 억지로 했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을 만큼 한 줄 한 줄 공감의 연속이었다.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자기만 생각하며 자기만을 위한 아이로 키워가는 부모들이 꼭 함께 읽어야 할 책이었다. 청소부인 밥 할아버지와 매주 수요일 아침 대화를 나누는 아이를 한국 엄마 아빠들이 아이에게 듣는다면 뭐라고 할까? "얘! 당장 그만둬! 웬 청소부에 모르는 할아버지인 사람에게 그런 얘길 듣고 있니? 그게 지혜라고? 어이구...!"


이 책은 늘 일찍 보이지 않는 학교 계단에 앉아 아이들 몰래 공부를 하는 크리스, 그 계단을 청소하게 된 밥 할아버지가 수요일마다 나눈 대화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이 나눈, 머릿속의 지식이 아닌 가슴속의 뜨거운 여섯 가지 지혜를 하나씩 나눠보자.




첫 번째 지혜 - 좋은 취미를 가지렴.

늘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크리스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혼자 잘해야 하고 더 잘해야 하고 더 앞서가야 하니까. 아이들보다 훨씬 일찍 등교하는 크리스는 아이들이 볼까 봐 몰래 계단에 앉아 공부를 하고 그런 일 없다는 듯 교실로 들어간다. 부모님께 선생님께 칭찬을 받아야 한다는 모범생 증후군에 시달리지만 정작 그게 문제인지를 모르고 있는 크리스다. 그런 크리스에게 밥 할아버지는 '취미'를 권한다.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그에게 오카리나를 선물해줬던 선생님. 그 오카리나 연주를 통해 여유를 찾고 그 여유를 통해 더 멋진 경기에 임할 수 있었던 그였기에.


늘 일에 찌든 아빠는 야근과 회식으로 3일에 한번 집으로 온다. 집에 온 아빠가 크리스에게 늘 하는 말, "오늘, 공부는 잘했니? 시험을 잘 쳤니?" 크리스가 아주 어렸을 적 아빠와 놀던 농구공을 찾아냈고 아빠와 함께 가끔씩 농구를 하게 된다. 농구를 취미로 가지며 크리스는 숨통이 트인다. 이건 아이들을 위한 지혜이기도 하지만 직장인에게도 꼭 필요한 지혜라는 생각에 격공 했다. 일에만 빠져있는 워커홀릭들에겐 더 많은 업무 시간을 주기보단 그 업무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는 또 다른 취미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그 취미를 통한 여유가 반드시 필요하기에.


두 번째 지혜 -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란다.

"이 사람이!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렇게 일을 하는데? 다 우리 가족 잘살게 하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한국의 보통 아빠들의 레퍼토리 대사다. "그렇게 일만 한다고 가족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일 잘하는 남편이나 아빠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남편이나 아빠가 더 필요하다고요!" 크리스의 엄마의 절규에 또한 격공 했다.


돈을 벌어다 주는데 무슨 배부른 소리야? 하는 아빠보단 아내를 위해 내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까? 하는 고민의 소중함을. 물론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겠다. 기본적인 삶의 레벨은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그 속에서도 가족의 모든 구성원들이,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임을 꼭 잊지 않기를 바란다.


세 번째 지혜 - 투덜대지 말고 기도를 해 보렴.

이건 어떤 종교적인 관점의 기도가 아니다. 과학 서클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과학경시대회 참가에 대한 오해로 아이들과 사이가 더 멀어진 크리스에게 전하는 밥 할아버지의 세 번째 지혜는 바로 누군가를 위해, 그 상황을 위해 조용히 기도를 해보란 거다.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듯 복잡한 상황 속에선 잠시 눈을 감고 그 상황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꼭 답을 찾으란 게 아니다. 투덜대지 말고 눈을 감고 기도를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새로운 힘이 솟아날 거라고 책은 말해준다.


네 번째 지혜 - 배운 것을 친구들과 나누렴.

아이들과의 오해를 풀기 위해 크리스는 용기를 내어 아이들 앞에서 사과를 한다. 혼자여야 한다는 강박을 벗고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지혜를 얻는다. 나만 잘해서 되는 일도 있지만 모둠을 통해서 함께 해야 하는 과정 속에서 결국 나만 잘해선 안된다는 것이기에.


직장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의 권모술수 권민우 변호사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웃프면서도 현타가 왔다. 물론 드라마 미생 속의 장그래와 같은 상황 속의 직장인은 MZ의 문화 속에서 조금씩 변화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게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부류가 분명히 존재한다. 아이들도 배운 것을 친구들과 나눠야 하듯 직장인들도 나누며 함께 성장해가야 하지 않을까.


다섯 번째 지혜 - 현재는 미래를 위한 준비란다.

"크리스, 현재는 미래를 위한 준비임을 꼭 알아두렴. 네가 지금 어떤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느냐에 따라 현재보다 훨씬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단다. 네 과거가 모여서 지금의 모습을 만든 것처럼 네 현재가 모여서 미래가 될 테니까. 자, 그렇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너 자신이 더 잘 알겠지?"


아이들이 공감하기엔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지금이 모여 내일이 된다는 한 마디만으로도 모든 걸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상황에 투덜대기보다 지금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방향과 플랜을 통해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그 준비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어야 한다.


여섯 번째 지혜 - 삶의 지혜를 어른들로부터 배우렴.

어른들=꼰대라고만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무작정 주입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공감의 폭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 삶의 지혜를 어른들로부터 배워야 하지만 어른들 역시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방적인 지혜의 주입이 아니라 서로 배우고 소통했으면 한다.




지인 중에 아빠가 아이에게 과도한 강박을 줘 아이가 모범생 증후군에 처한 분이 있다. 또한 아빠와 딸아이가 티격태격 소원한 관계로 아이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지인도 있다. 다양한 케이스의 분들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서로 글을 써 읽어준다면 치유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당장 나부터 아이와 이 책에 대해 대화하고 글을 쓰는 시간을 통해 공감의 거리를 좁혀야겠다.


내 아이에게 필요한 여섯 가지 지혜이지만 엄마, 아빠들에게도, 직장인에게도 꼭 필요한 지혜로 모두가 함께 읽었으면 하는 책, 어린이를 위한 청소부 밥. 마지막 세상을 떠나는 밥 할아버지에 울컥했다. 크리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남겨준 지혜의 유산은 크리스의 가족에게도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이에게 소중한 가치로 남겨질 것이다. 오늘 아내를, 아이를 더 꼭 껴안고 말하고 싶다. 내 가족이어서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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