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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un 12. 2022

꼴찌가 일등이 되다.

해외 대학으로 떠난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세 아이들 이야기

아이는 정말 똑똑한 거 같은데 아이들 사이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중 1이 되었을 땐 학교에 가는 것조차 싫어했고 부모에 대한 반항마저 시작되었다. 성적 또한 날이 갈수록 저조해져 갔다. 하나뿐인 딸을 어떻게 해야 하나 부부는 답을 찾지 못했고 서울에서 그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 찾은 곳이 제주 대정읍에 위치한 영어교육도시, 그중에서도 여학교인 캐나다 국제학교 브랭썸홀 아시아였다.


당시 브랭썸홀의 입학 초기여서 그나마 입학시험이 까다롭지 않았기에 다행히 합격 소식을 들었고 그렇게 제주에 입도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잘 적응했고 아이들과도 서울과는 다른 '친구'가 생겼다. 누군가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고 갑갑한 성냥갑 같은 교실 속의 교육도 아니었다. 공식마저 외워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각하고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재미있게 보낸 아이는 미국의 6개 대학에 입학 허가를 받았고 그중 아이비리그 명문대에 당당히 입학했다. 뇌신경, 아트, 건축의 3가지 전공을 동시에 학업으로 이었고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뒀다. 작년 대학을 졸업을 앞둔 아이는 대학원을 고민하던 차에 여러 곳의 제의를 받았지만 아이가 선택한 곳은 바로 스위스 취리히의 연방 공과대학교였다.


현재 아이는 대학원생으로 학교 일을 함께 병행하며 글로벌한 꿈을 이뤄가고 있다. 강남의 사각 틀 속 교육을 끝까지 고수했다면 아이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물론 제주 영어교육도시만이 답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방법 중에 아이에게 맞는 솔루션이었고 그 허들을 너무나 지혜롭게 잘 헤처 나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꼴찌는 일등이 되었고 더 행복한 삶을 찾아가고 있다.




부산 남구의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의 엄마는 여기서 계속 이렇게 공부를 하다가는 교육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는 짐을 싸서 제주로 향했다. 허허벌판이었던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초기, KIS 제주캠퍼스에 다행히 아이가 입학을 할 수 있었다.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초기 높은 경쟁률이 아니었던 행운이라 그녀는 생각했다.


피아니스트였던 그녀는 아이에게 피아노 못지않게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예술적 감각이 성공적인 공부를 리딩 하는 힘이 될 거라 믿었다. 다행히 아이는 바이올린을 좋아했고 영혼을 담아 연주했다. KIS에서 영국 국제학교인 NLCS로 전학을 간 아이는 그곳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IB를 기반으로 한 수학, 철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평가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했고 사교육의 힘을 크게 빌리지 않았다.


그렇게 자기 주도적 학습을 통해 아이는 해리포터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영국 더럼대학교에 입학했다. 철학과 작곡을 전공하는 아이는 코로나 시국에 입대해 제대까지 마쳤다. 곧 다시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아이의 아빠는 내친김에 아이에게 영국의 변호사가 되기를 권했다고 한다. 전공과 더불어 변호사 시험을 준비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보라고.




이 아이 역시 부산 남구의 초등학교를 다니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입성한 아이다. 위의 아이는 부모가 함께 제주로 가 살고 있지만 이 아이는 부모는 부산에, 아이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적응도 잘했고 학업도 좋았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아이는 부산으로 돌아왔다. 부산의 일반 고등학교에 전학을 왔다. 가족의 품에서 학교를 가는 자체는 좋았으나 조금 지나 아이는 무척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틀에 짜인 교육 속에서 사교육까지 이어가야 하는 상황들, 야간 자율학습까지 아이가 감당해야 할 변화는 생각보다 컸고 아이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제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하고 싶은 걸 꼭 해봐야 그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계기가 될 거라 믿고 부모는 다시 제주로 아이를 보냈다. 그리고 아이는 작년 미국 캘리포니아 UC 버클리 대학교에 입학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이들이 제주영어교육도시를 가지는 못한다. 소수의 아이들만이 한국의 교육 틀이 아닌 국제 교육의 틀 속에서 새로운 과정으로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그 과정이 아이에게 맞다면 좋은 결과로, 아이라면 오히려 실패의 결과로도 이어진다. 교육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학부모 중의 한 명으로 느끼는 바는 틀에 짜인 암기, 공식, 사교육, 경쟁으로만 점철된 교육을 생각하는 교육으로 좀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다.

@ pixabay


물론 국제학교들 모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을 실행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한민국 학교들이 짜인 시스템과 정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이들은 자기주도적 교육을 수행해주길 바라면서 정작 학교는 자기주도적 교육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최근 제주 표선고등학교의 IB 공교육이 화제다.


IB란?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된 비영리 교육재단인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에서 1968년부터 운영하는 국제 공인 교육프로그램. 미국, 일본, 에콰도르 등에서는 공교육 발전을 위해 도입하였으며, 2021년 10월 현재 전 세계 159개국, 5,400개 이상의 학교에서 7,4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제공 [출처 :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홈페이지]


사교육을 타파할 수 있는, 생각하는 교육으로,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표준 교육으로서의 IB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표선고등학교의 사례가 전국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논술마저 공식이 있는 글쓰기가 아니라 생각하며, 그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아이덴티티의 교육으로 다시 섰으면 한다. 우리 세대가 겪었던 입시의 폐해가 여전히 그대로 이어진 지금, 다음 세대를 위해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려줄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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