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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Oct 09. 2022

합천 해인사, 이 음식 먹으러 다시 가야 함.

합천 백년식당 고바우 식당 송이버섯국 정식

업무 차 참 오랜만에 가게 된 합천 해인사. 가을 풍경은 아직이었지만 산사의 운치가 극치에 달한 날이었다. 일주문 아래 고즈넉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는 심신을 그냥 탁! 하고 내려놓게 하고 맑은 공기는 폐부를 말끔히 청소해 주는 시간이었다.


일생에 처음 발 디딘 금강굴 암자는 고즈넉한 아침의 고요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었다. 성철스님을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불필스님이 계신 곳으로 해인사 13 암자 순례길의 한 곳이다. 보현암을 지나 바로 자리한 이 금강굴에서 내어준 음식은 정갈하고도 정성스러웠다. 직접 만든 도토리 묵에 태추 단감에 차까지, 영혼을 적시는 감사의 시간이었다.


해인사를 벗어나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이 바로 이곳 합천 해인사 인근의 백년식당, 고바우 식당이다. 즐비한 식당 가운데에서도 유일하게 발길이 잦은 이곳에 겨우 자리하고 앉았다. 송이버섯국 정식을 주문했다. 25,000원의 정식이지만 변동 가격이라 자연산 송이가 귀한 지금은 3만 원으로 만날 수 있다.


무슨 점심 한 끼에 3만 원이야? 하겠지만 평소 잘 접하기 어려운 자연산 송이로 만든 음식이기에 기꺼이 플렉스 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관광지에 있는 식당의 한계에 대한 편견이 컸던 터다. 둥그렇게 찬들이 세팅되고 전이 하나 나왔다. 이 붉은 전은 김치전도 아닌 것이 대체 뭐람? 한 입 떼어먹으니 더덕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세상에나! 더덕구이 전이다. 오직 더덕으로만 구워진 바삭하면서도 살짝 맵고 더덕향 가득한 맛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순삭 하기도 전에 내어져 나온 건 버섯볶음이다. 아마도 표고버섯이 아닌가 싶은데 간장 베이스에 버섯과 야채를 맛깔스럽게 볶아 나온 이 버섯볶음 또한 감탄 연발이었다.


뒤이어 나온 된장국. 일반 된장국과는 다르게 청국장과 된장의 중간 맛으로 조미료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자연의 맛 그대로, 솔직한 어머니 맛이다. 분주히 숟가락이 오가는 중에 오늘의 메인인 송이버섯국이 나왔다. 에게게, 이렇게 작은 한 그릇에 희여 멀건 국이야? 싶어 하며 한 숟갈을 입에 담았다.


일제히, 퍼져 나온 감탄사! 하아! 이런 맛이었어? 이렇게 맛있다고? 솔직히 자연산 송이버섯국을 먹어볼 기회가 없었던 로선, 그리고 동행했던 분들 역시 한 입만으로 감탄을 연발한 후 조용히 먹기 바빴다. 식기 전에 그 맛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다시 합천 해인사를 온다면 이 음식 먹으러 다시 와야겠네 싶을 지경.


밥을 먹었으니 차 한잔해야지. 고바우 식당 위로 50미터 정도 올라가면 보이는 한옥 펜션 겸 카페인 달의 정원에 들렀다. 자연 가득한 정원에 맛있는 차 한잔으로 마무리하는 합천 해인사 일정, 산사와 음식, 그리고 차 한잔으로 하루가 정화되는 순간이다.

가야산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 10월, 11월 한 번쯤 들러 가을을 만끽하면 좋을 것 같다. 해인사를 산책하고 음식을 즐기는 여유, 푸른 하늘이 다했던 10월 가을, 합천 해인사의 추억, 향긋한 자연산 송이버섯의 감탄으로 더 맛있게 물들었다.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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