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부산취재본부 대표이자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이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유정임 대표. 그녀를 안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KNN PD 시절부터였으니. MBC 작가에서 KNN PD로, 부산영어방송 제작국장에서 언론사 대표, 베스트셀러 작가 등 그녀는 어느 한 곳에 고여있지 않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켜 왔다. 그런 그녀가 팀마클럽 1기 제의를 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었다. 팀마클럽은 팀장 마인드를 장착한 분들과 함께 부산에서 매월 1회 토요일 조찬 특강을 통해 셀프 브랜딩을 해나가는 1년의 과정이다. 올해 새롭게 시작되는 2기에 다시 연락이 왔고 이 일정만큼은 꼭! 나를 위해 투자하자는 마인드로 합류했다. 오늘, 그 첫 번째 특강이 있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산 문현동 아바니 호텔로 향했다.
마흔 명의 팀마클럽 분들의 한 명 한 명 간단한 소개가 이어졌다. 부산에 이런 다양한 기업, 기관, 언론, 의료, 관광, 호텔, 복지, 영화, 영상, 광고, 마케팅 분야의 인싸들이 계셨나 싶을 만큼 꽉 채워진 기분 좋은 공기에 놀랐다. 여러 챕터들이 하나로 엮어진 다양한 한 권 한 권의 사람 책들이 일어나 자신의 브랜드 컨셉을 짧게 리뷰했다. 그리고 이어진 특강.
배달의민족으로 힙한 우아한형제들 CCO(Chief Creative Officer 기업에서 고객 관련 이슈들을 전담하고 책임지는 임원급 직책)인 한명수 상무. 디자이너 나부랭이에서 SK 인하우스에이전시(SK플래닛,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네이트, 11번가, T스토어 담당을 거쳐 배민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이자 컬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상무(CCO)로 53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잘! 노는 분이었다.
2,100여 명의 일꾼과 함께하는 13년 차 기업인 배민에서 '돈을 벌며 좋은 일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미션으로 Creative Officer, Culture, Communication을 담당하고 있는 그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바로! 정의 내리기라고 한다.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 명함이란 무엇인가? 등 일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내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정확한 방법들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재밌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라는 배민의 문화를 정의하고 그것을 토대로 일하는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 바로 그것이 정의를 내리고 방법들을 찾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여러 매체에 소개된 '송파구에서 일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속에 그 과정이 그대로 담겨있다.
배민의 조직문화에 있어 가장 와닿는 키워드는 바로 '사람이 회사보다 중요한 회사'였다. 회사가 나를 존중하는가? 에 대해 명확한 직원들이 공감하는 포인트를 만들어주고 그 과정을 재밌게 함께 체험하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면접자들의 대기장소를 개별 칸막이로 편안한 공간으로 새롭게 재편한 사례에선 직원을 넘어 잠재 인력의 편안함까지 챙기는 세심함에 감동했다. 흔히 사내 기념품(굿즈)은 늘 그래왔듯 뻔하다. 머그컵, 텀블러, USB 등 왜 늘 같은 결일까, 회의적이었는데 배민은 달랐다. 그 자체로 갖고 싶은 유용한 제품들로 개발해 배민의 직원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갖고 싶은 상품으로 개발된 것. 결국 그 제품들은 직원들에게도, 소비자들에게도 유용한 배민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늘 하던 대로, 늘 해왔던 대로 하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편할까라는 마인드에서 시작된 또 하나의 제품은 바로 효자손, 직원에 대한 진심이 결국 그런 Hook을 만드는구나 싶어 세상 부럽고 부끄러웠다.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공감과 감성을 깨우는 도구인 브랜드 페르소나를 사내 조직문화까지 적용하는 자체가 바로 배민의 USP(Unique Selling Piont)였던 거다.
크리에이티브디렉터였던 그는 배민에 입사하며 조직문화까지 담당하게 되었고 결국 그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Edgar Schein에 따르면 조직문화는 인공물(반복적으로 표출되는 사고와 행동, 인공혁신들), 표출하는 가치(외부로 객관화된 지향 가치-미션/비전/핵심가치), 집단 가정(구성원들과 조직의 사고와 행동, 의사결정, 문제해결, 인공물 등에 대하여 당연하다고 믿는 모든 암묵적 가정) 이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바로 이 집단 가정이 조직의 답답함과 갑갑함의 베이스가 되는 것.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어려우면 어렵다고 얘기한다.' 커다랗게 쓰인 글을 보며 그동안 직장생활에 가장 어려웠던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한 줄로 정리된 화두다 싶었다. '조직문화란 특정집단이 고안, 발견, 개발하는 기본 믿음으로서 조직 구성원이 타당한 것으로 여겨와 그들 사이에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Edgar Schein) 그래서 우린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타성에 젖어 좀비처럼 직장을 루틴으로 다녀왔던 것은 아닐까.
한명수 상무가 문화의 반대말로 찾은 것은 바로 자연. 겉과 속, 내용과 형식의 카테고리로 구성된 디자인이라는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어려운 말을 쓰지 않는다.라는 문화를 만들고 그 속에서 배민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시작했다. 네이밍은 명사여야 한다는 틀을 깨고 세븐일레븐과 코웍한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주문하신 카페라때 나왔습니다' 커피 PB 제품은 매대에서 그 어떤 제품보다도 반짝반짝 빛이 잘 팔렸다. 배민 신춘문예로 배민 서비스의 공감의 폭을 넓혔고 그것을 소스로 유튜브 광고를 제작했다. 잡지는 죽은 매체로 생각하지만 테러에 가까운 크리에이티브로 잡지별 타깃 페르소나를 통해 공감의 잡지 광고를 여전히 제작, 집행하고 있는 배민. 심지어 그 광고 카피는 카피라이터가 만다는 게 아니라 직원들의 단톡방 잡담을 통해 제작된다는 것. 실로 놀랍지 않은가. 드레스코드를 화상회의에 접목해 모자를 모두 쓰거나, 후드티를 모드 입고 나와 회의의 분위기를 바꾼다. '퇴근할 땐 인사하지 않습니다.' 캠페인을 6개월에 걸쳐 대대적으로 진행한 후 퇴근에 대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었다는 배민. 조직 변화를 위한 공감의 메시지를 회사 곳곳 보이지 않는 곳에 붙여놔 자연스러운 내재화(브랜드)를 이끌어내고 있는 배민. 그 메시지 중 가장 와닿은 것은 바로 '나도 누군가에게 회사다.'였다. 거창한 애사심을 바라는 간 큰 조직이 아니라 작은 속삭임으로 큰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그게 바로 조직문화의 핵심이었던 거다. '진실되게 말하고 자연스럽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라는 마지막 장표가 오늘 모든 시간을 응축한 헤드 카피였다.
강의 내내 그는 기본 좋은 에너지로 모두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배민의 과정을 각자의 조직에 카피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조직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 정의를 통해 조직에 맞는 방법들을 찾아서 만들어가야 한다라는 결론으로 마무리했다. 과연 우리 조직에 이런 말랑말랑한 것들이 과연 어울릴까? 하는 회의가 들었지만 하나씩 하나씩 재미있는 요소를 통해 부자연스럽지만 격한 공감을 만들어간다면 꼰대와 안꼰대들의 인화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게 되었다. '배민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지.'가 아닌 '우리 조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긍정의 힘으로 차근차근 속도를 내야 한다는 답을 얻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표정 하나, 제스처 하나 '한명수스러움'을 놓치지 않는 그를 보며 브랜드와 브랜딩은 어느 하나 허투루 이뤄지고 만들어진 것은 없구나 싶었다. 뼛속까지 자연스러운 그의 일상이겠지만 이 모든 것이 또한 노력으로 이루어졌음이 40명 팀마클럽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으니 말이다.
백문이 불여일청! 텍스트로는 택도 없다. 그의 강연은 그와 함께 호흡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만 그의 기를 쫙쫙 빨아들일 수 있다. 5년의 카피라이터, 19년의 기업 홍보팀 근무로 살짝 창맥동화가 올 뻔했던 나의 혈관을 시원하게 뚫어준 명쾌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