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 되면 경남 양산의 원동엔 매화축제로 들썩인다. 코로나 이전, 북적북적했던 원동 순매원(시그니처 사진이 어마어마 많은 곳) 인근은 매화축제로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코로나가 주춤하기 시작했던 작년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양산 원동 매화의 향연, 올해 3월은 코로나 이전의 그 화려한 기세를 이을 수 있을까?
3월 첫째 주, 매화꽃이 갓 피어나기 시작한 이른 봄, 양산 원동을 향했다. 목표는 단 하나, 미나리 삼겹살을 먹으러 가는 것. 부산에서 양산 원동으로 향하는 코스로 갔다간 왠지 인파로 낭패를 볼 거 같아서 사송을 지나 양산 에덴밸리를 거쳐 거꾸로 영포마을을 향해 달렸다.
2시간 걸릴 거리를 1시간 만에 도착했다. 오전 9시에 출발했으니 차도 막히지 않고 주차도 편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헬을 맛볼 뻔) 9번이라고 표기된 표시를 보니 원동 초입부터 끝까지 곳곳의 공식 스팟이 있는 모양이다. 영포마을은 9번, 그곳에 발을 내딛고 아직은 덜한 매화향에 취했다.
아니, 마음과 몸은 이미 미나리 삼겹살에 취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아침을 먹지 않고 온 터라 곧바로 삼겹살 구이에 돌입했다. 삼겹살을 판에 올리고 미나리를 잘라 함께 구웠다. 돼지고기 기름에 익어가는 미나리 향이 봄의 전령이 되어주었다. 후드가 없어 사방에 봇물 터지듯 기름 불꽃이 팡팡 터졌고 미끌하지만 맛있는 미나리 삼겹살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김치와 마늘을 구워 먹는 맛, 역시 일품이었다.
미나리 1단에 12,000원, 삼겹살 150g에 9천 원, 하지만 집집마다 자릿세(2만 원)가 있고 없고에 따라 금액은 조금씩 상이하다. 자릿세가 없는 곳은 미나리 1단에 15,000원, 삼겹살 150g에 13,000원의 가격 형성이었다.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풍경을 만끽하고 미나리를 구입해 집에서 구워 먹어도 좋을 듯.
먹었으니 마실 가야지! 맞은편 영포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촬영지로도 알려진 이곳은 조용한 벽화마을로 드문드문 방문객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물이 말라 아쉬운 영포천엔 예전엔 물놀이를 하기도 했었단다.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곳으로 다시 가서 마을 뒤편으로 걸어 올라가면 쌍포농촌체험길이 나온다. 농촌 생활을 체험하고 마주할 수 있는 넉넉한 산책길이다. 주민들을 위해 조용히 걸어가는 센스 장착은 기본. 다음 주면 매화꽃이 활짝, 그다음 주면 절정을 이룰 이곳 양산 원동면.
봄을 알리는 매화, 붉게 타오르는 홍매화 가득 원동에 사람들이 모인다. 넉넉한 자연 앞에 지글지글 맛이 익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갈 엄두를 내지 못한 발리 컨셉의 카페, 원동 아덴. 봄이 끝나갈 무렵 꼭 들러 끝장 뷰의 가치를 확인해야겠다. 올봄, 한번 가봐야겠다는 분들은 꼭, 필히, 반드시 일찍 서둘러 인파를 피하실 것, 원동 매화축제의 가장 중요한 꿀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