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심, 버섯 샤브샤브에 칼국수, 볶음밥까지 깨알 구성인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생각나는 요즘 우연히 들른 김여사등심샤브칼국수는 갓성비라는 단어가 깔맞춤인 집이었다. 늦은 오후 8시, 2층에 자리해 사람이 있겠어? 하고 들어간 이곳에 우리가 들어간 이후 재료 소진으로 모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여느 등심샤브 집과 메뉴 구성의 차별은 그다지 없다. 기본에 충실한 구성인데 야채의 어마어마한 양에 놀란다. 산더미 숙주에 와! 하고 벌어진 입은 가격 대비 크게 기대가 가지 않는 등심의 맛에 또 한 번 와와! 하고 감탄을 쏟아내게 된다.
아낌없는 야채와 버섯(느타리와 팽이)을 육수에 투하하고 맛있게 익은 야채를 먹다가 등심을 넣어 익자마자 건져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이 정도 금액에 고기가 고기서 고기겠다 싶지만 한입 먹으면 부드러운 고기맛에 흠칫 놀라고 만다. 이 집 제대로 하는 집이구나?
이 많은 야채와 등심을 야금야금 맛있게 먹고 칼국수 면을 넣어 끓인다. 메뉴에 보시다시피 면 추가는 무료. 하지만 배가 불러 언감생심 면 추가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충분히 끓여 익힌 칼국수는 서브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메인 요리 수준이다. 맛있는 육수와 어우러진 맛깔스러운 칼국수의 완성이다.
마지막 피날레는 죽 같은 볶음밥. 물 양 조절에 따라 죽이 될 수도 있고 볶음밥이 될 수도 있다. 부드럽게 먹고 싶어 죽처럼 만들어 먹었다. 2인에 반공기로 딱 적당하다. 마지막까지 진액으로 남은 육수가 밥알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배어져 있다. 신선한 달걀 또한 눈에 확 들어온다.
김여사등심샤브칼국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놀라움은 바로 친절이다. 바쁜 점심엔 모든 테이블에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과정 하나하나에 세심한 가이드를 아끼지 않는다. 저녁 9시에 문을 닫지만 마지막 손님이었던 우리에게 천천히 먹고 가라며 몇 번을 당부했다.
재료에 진심이고 맛에 진심이고 친절에 찐 심인 김여사등심샤브칼국수, 조만간 꼭 다시 점심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가성비를 넘어서 갓성비로, 푸근한 친절로 맞이하는 김여사님, 이런 집은 오래오래 우리 곁에 함께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