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카피 Apr 14. 2023

우리는 왜 질문보다 경청하는가

어떤 수업풍경이 더 풍성한 결말을 가져올까?

아들의 공부를 위해 몇 년 전 미국으로 갔던 그녀는 학교 수업의 진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앞 두 줄에 미리 와 옹기종기 앉아있는 아이들. 수업 시간 내내 조용히 경청만 하던 그 아이들은 수업 종이 울리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쌩 하니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고 남아있던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며 웃고 떠들더라는 것. 두 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다름 아닌 모두가 한국 아이 들이더란다.


태국 법인장 발령으로 3년간 태국에 있다 잠시 한국에 들어온 처남 가족을 만났다. 국제학교를 다니는 조카는 다소 의기소침하게 변했지만 며칠간의 적응 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게 아들과 뛰어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는 국제학교에서 한국 아이들과 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국제학교에 입학한 지 1년 만에 학교로 불려 간 처남 부부. 이유는 바로 너무 조용하다는 것. 수업 시간 고개만 끄덕끄덕, 일체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해결 방안을 같이 찾자는 것.


다행히 코리안 선생님이 상담 선생님에게 한국 아이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을 해 문제 삼지 않았지만 처남 부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국 사람의 관점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착한 아이다. 수업 시간에 조용히 선생님 말을 잘 듣고, 필기 잘하고, 떠들지 않는 아이. 바로 전형적인 한국 아이다. 질문보다 경청을 강요당해온 우리로서는 대체 뭐가 문제인지를 모를 상황. 수업 시간에 몸이 불편하면 누워서 수업을 들어도 되는 교실에서 미동도 없이 의자에 앉아 고개만 까딱까딱하고 아이가 그들에겐 얼마나 신기할까.


IB 시스템인 이 국제학교에선 정답보다는 생각을 담는 수업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표현해 주길 바란다고 한다. 오직 정답, 하나라도 빗나가면 틀리다고 단정 짓는 한국의 교육 방식과는 접근이 다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단계단계 허들을 넘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 부모들에겐 쉽지 않은 인내심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자유분방한 교육 시스템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부모에게만 달디 단 열매가 기다리는 IB의 세계.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닥칠 IB 환경을 생각하면 정답보다는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등학교 5학년인 내 아이의 수학 수업 시간, 수업을 시작하며 문제를 내었더니 선생님의 설명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1명을 제외하곤 모두 답을 내었다고 한다. 한국의 선행 열풍이 여실히 드러난 상황. 과정을 이해하고 풀어내기보다 답을 찾기 위한 지름길이 우선인 사교육의 결과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중학교 2학년 과정,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가 되는 한국이다. 조금이라도 느리면 조급해하는 엄마, 아빠들로 사교육 시장은 호황을 맞고 아이들은 좀비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내고 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우리 부부 역시, 우리 아이의 방과 후 일정을 연예인 스케줄로 꽉꽉 채우고 있는 웃픈 현실이다.

@ pixabay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보다 놀 수 있는 환경이 더 필요함에도 점점 놀이의 공간들은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도 사교육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그 사이 우리 아이들은 한층 메말라갈 것이다. 우리 아이를 비롯해 한국의 모든 아이들이 경청도 좋지만 질문에도 익숙해졌으면 한다. 선생님의 말씀도 좋지만 선생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더욱 자유롭고 재미있게 수업을 하고 생각을 나누는 교실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수업시간엔 조용히 선생님 말씀만 들어야 한다고 배우는 우리와 수업시간엔 선생님과 즐겁게 마음껏 생각을 나눠야 한다고 배우고 실천하는 그들과 미래는 어떤 차이가 나게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부산을 가장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 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