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과 선생님은 오직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가 바른 아이라고 하셨다. 학교에서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선생님이 시키는 일에는 고분고분 빠르게 행동하라고 하셨다. 수업 시간애 차렷 자세로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고 선생님이 질문하면 손을 들고 힘차게 대답하라고 하셨다.
초등 수업 시간 내내 차렷 자세로 선생님과 아이컨택을 하며 6년을 보냈다. 어느 학년의 선생님은 수업 자세가 좋다며 나처럼만 하라며 아이들에게 따로 말씀을 하실 정도였다. 그 시절 우린 다 그렇게 살았고 그래야 하는 줄만 알았다. 그리고 지금 40대 후반을 맞으며 초등학생인 내 아이를 바라본다.
몇 해 전 따로 아이들과 팀을 이뤄 매주 공부를 하던 때가 있었다. 여자 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이 함께하는 수업이었다. 몇 개월이 지난 어는 날 한 아이가 엄마가 수업 시간을 맞출 수 없으니 내 아이와 다른 한 아이는 수업을 같이할 수 없다고 선생님께 이야기를 했고 그걸 전해 들었다.
다른 학원 수업으로 시간이 맞지 않으니 당연히 받아들였고 다른 한 아이와 다른 팀으로 수업을 이어갔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그 아이들의 엄마들이 수업 시간에 산만하다고 여긴 우리 아이와 한 아이와 수업을 이어가는 것을 꺼려해 그런 핑계를 대었음을 알게 되었다.
수업 시간에 조용히 말 잘 듣고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않으며 필기 잘하고 예습, 복습 잘하는 그 모든 바른 아이의 정석을 그대로 갖춘 아이들이었나 보다. 그 정석의 틀에서 하나라도 벗어나니 올바르지 않은 아이라 단정 하고혹여 내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모양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이제 아주 옛말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이제 한 나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학교는 물론 학원에서 아이의 친구까지 케어를 해야 하는 엄마, 아빠들은 바쁘다. 더 뛰어나야 하고 더 빨라야 하며 더 앞서 가야 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늦으면 조급해진다.
수줍어 하지만 텐션이 높아 친구들과 가끔은 오해가 있기도 한 내 아이다. 착하고 말 잘들어야 하는 삶이 바른 삶이라 여기며 반평생 살아온 나이다 보니 아이의 그런 순간들을 이해할 수 없고 속상할 때가 가끔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작정 그래선 안된다, 그러면 큰일 난다, 그건 틀린 거라고만 알려주지는 않으려 한다.
잘못된 것은 정확히 짚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따끔히 알려주겠지만 무조건, 무작정 착하고 말 잘 들으며 배려하고 참고만 살라고 하지는 않으려 한다. 맞으면 맞다고, 틀리면 틀리다고,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정확히 표현하며 살아야 한다고 알려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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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바른 아이의 틀에 갇혀 살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내 아이의 인생이 좀 더 자유롭고, 숨이 트일 수 있도록,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