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비서가 왔다. 비서 일을 좀 했던 친구다. 비서로서의 일들을 곧잘 해내고 있는 친구다. 오늘 그 친구에게 고마운 일이 하나 있다.
어제 모임으로 인해 해장이 꼭 필요한 내게 (좀비 상태라는 말이다.) 점심을 먹을 수 있겠냐고 했고 칼국수를 부탁했다. 그냥 칼국수요?라고 물었던 그녀다. 배달 주문으로 도착한 칼국수를 열었더니 글쎄 황태가 가득이다. 황태를 보자 쓰린 속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해장에 더할 나위 없는 점심, 황태 칼국수였다.
비서가 밥을 차리는 사람이에요? 할 수 있다. 경영진의 밥을 차려야 한다고 하면 충분히 나올 법도 한 이야기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바꾸면 이 질문은 180도 새로운 화두가 된다. 비서는 밥을 차리는 사람이 아니라 밥도 차리는 사람이라는 것. 밥이 전부가 아니라 업무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관점.
꼰대라고 한다면 할 말 없다. 상꼰대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해보자. 비서는 원래 그런 일도 하는 사람이다. 원래라는 게 어딨 냐고 한다면 또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정확히 냉정히 업무의 범주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하나의 R&R이 될 수 있는 일이라는 거다.
회사에 부서 이기주의가 만연한 시대다. 이름해 사일로 현상. (기업에서 조직의 각 부서들이 사일로처럼 서로 다른 부서와 담을 쌓고, 자기 부서의 이익만 추구하는 현상) 더 하기보다 덜 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대.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보다 내 일처럼 함께하는 조직문화로 바꾸려는 노력들이 더 분주해진 오늘이다.
얼마 전 상사와 술을 마시다 그런 말을 했다. 회사의 조직문화를 위해 제안드릴 내용이 많은데 함부로 그럴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제안을 드리면 '니가 해라!'가 될 수 있어서라고. 어느 기업이든 더 좋은 조직을 위한 제안을 흔쾌히 수용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제안자에게 업무를 추가하기보다 그 제안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부서나 새로운 TF팀이 꾸려져야 한다. 그래야 제안의 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