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중반, 누구보다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친 선배다. 주말, 밤낮없이 일했다. 평균 수면시간이 4시간 남짓, 남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 더 늦게 자야 성공한 인생일 것 같았다. 가족도 회사도 그런 그에게 늘 칭찬을 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바쁘고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그에게 루게릭병이라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닥쳐왔다.
진단을 받고 회사에 알린 다음날 그의 상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 명이 해야 할 일을 지금 두 명이 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냐. 생각을 해보고 연락을 달라.' 상황이 여의치 못하니 회사를 나가달라는 말을 에둘러했다. '아프다는 말을 들었다. 몸은 좀 괜찮냐.'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면 이렇게까지 슬프지는 않았을 텐데.
축 늘어진 몸으로 퇴근을 하고 집에 가 아내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아내는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아직 아이들이 대학생, 고등학생, 초등학생인데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지 않겠냐. 너무나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하늘이 무너졌다. 말이라도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제 좀 쉬어도 된다.'라고 할 수는 없었던 걸까.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부정하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빠의 상황이 이러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오랜 시간 고민도 없이 아이들은 답을 했다. '아빠! 아빠가 돈을 안 벌면 어떡해. 우린 뭐 먹고살아.' 그야말로 전 우주가 무너졌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뛰어온 그의 시간이 야속했다. 그 시간 동안 자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 걸까.
이미지 출처 : PIXABAY
#2.
회사에서 너무나 촉망받는 선배였다. 곧 임원 승진을 앞둔 모두가 부러워하는 선배였다. 어느 날 외부감사가 시작되었고 치명적인 실수가 드러났다. 언론에 금세 소식이 알려졌고 회사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되었다. 다음날 들려온 소식.
그 선배만 짐을 싸서 집으로 갔다는 것. 평생을 바쳐 일해온 선배가 단 하나의 실수로 단번에 모든 짐을 짊어지고 내팽개쳐졌다. 그때 느꼈다. 이게 머지않은 나의 모습이구나. 40대 초반인 그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그 누구보다 회사를 사랑하고 회사에 모든 것을 바쳐온 젊꼰 중의 젊꼰이었다.
밤이고 주말이고 없었다. 부르면 나갔고 자발적으로 출근해 할 일을 해왔다.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였고 회사 최우선의 삶이 잘 사는 삶이라 여겼다. 그랬던 그가 일련의 2개의 사건을 겪으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회사를 버릴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무기로 경제적 자유를 이뤄내야겠다고. 돈이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이 될 수 있는 상황들을 겪으며 좀 더 당당하게 살고 싶어졌다. 퇴근 후, 주말에 더 많이 배우며 공부하고 부동산 임장을 쉬지 않게 된 그. 삶의 목표와 행복을 회사 안에만 가두었다면 이제는 외연의 확장을 통해 보다 넓은 시각으로 더 오랜 미래의 비전을 세울 수 있게 된 셈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과 취향의 문제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자세의 문제다. 어떤 행동을 하며 실천할지에 대한 의지의 문제다. 일방통행으로만 가지 말고 다양한 길을 찾아 최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인 지금, 그 다양한 도전만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