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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un 02. 2022

얘들아! 너희 인생의 마지막 꼰대가 되어줄게.

현생 마지막 꼰대 세대가 되고 싶은 X세대의 바람 (feat :직장 회식

광고회사에서 기업으로 이직을 했던 난, 회식 문화에 움찔했다. 잦은 회식도 그랬지만 회당 주량도 엄청났기 때문이다. 상사가 늘 하던 회식 장소가 아닌 새롭고 참신한 곳을 좀 추천해 보라셔서 큰맘 먹고 추천을 드렸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좋겠습니다.

너무나 어이없어했던 상사의 일그러진 표정이 떠오른다. 쟤 제정신이니? 하는 고함이 담긴 그 표정.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삼겹살 집이었나 열심히 고기를 구워 내고 술을 마셨던 기억. 그렇게 18년이라는 오랜 시간의 회식은 쳇바퀴 돌듯 장소만 바꿔가며 흘러만 갔다.


절대 바뀔 수 없을 것만 같던 루틴의 회식이 조금씩 변화를 가질 수 있게 해 준 게 바로 팬데믹이다. 그리고 팬데믹 전부터 MZ 세대들의 등판으로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곤 있었다. 하지만 2년 넘게 이어진 거리두기의 일상이 회식 문화를 아주 깡그리 바꿔버렸다.


1. 정기적인 회식이 없어졌다.

2. 강압적인 회식 진행이 어려워졌다.

3. 삼겹살, 회, 치킨의 주종목의 경계가 무너졌다.

4. 1차에서 대부분 끝이 난다.

5. 점심 회식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6. 되도록이면 회식 자체를 안 했으면 한다.

7. 회식할 돈 있으면 회식하지 말고 돈으로 주세요.




친구의 한 회사에 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남자 직원의 이야기다. 한 달 전부터 회식 일자를 알렸지만 한결같은 반응이란다. 저는 회식 자체가 싫은데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업무시간에 하시면 안 될까요? 꼭 회식 자리에서 하셔야 하는 말씀이실까요? 팀장은 두 손 두발 다 들었다.


얼마 전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 퇴사하신 분들과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함께 모임을 했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듯 우리는 그날의 회식과 같이 술을 마셨고 게임을 했고 추억을 안주 삼았다. 정말 몇 년 만인지 노래연습장에 가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춤도 췄다.

그날의 모임 현장

MZ 세대들은 이해할 수 없을 거다. 춤은 클럽에서 추고 노래는 혼코노하면 되고 술은 친구들이랑 먹으면 되지 왜 회사 사람들이랑? 하지만 우리는 즐거웠고 행복했다. 우리들에겐 그게 회식이고 문화이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에선 그렇게 놀면 된다. 하지만 다음 세대에게까지 그런 문화를 강요해선 안된다.


우리와 그들을 나눌 필요도 없다. 우리가 그들이고 그들이 또한 우리다. 다만 가치관이 다를 뿐이고 추구하는 목표가 다를 뿐이다. 그것마저 동일 선상에 놓고 동일해지길 바란다면 에바다. 행복의 가치는 스스로가 만드는 거지 누군가 만들어줘서는 안 된다.


조직문화도 마찬가지다. 조직문화의 방향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문화를 전파하고 공감하기를 바라야지 따라와 주길 바란다는 자체가 꼰대인 거다. 다 같은 생각을 가질 순 없고 하나의 큰 뼈대에만 공감의 폭을 넓히면 되지 않을까. 강요는 침묵을 낳고 침묵은 조직 말살을 낳는다. 일방적인 소통, 보여주기 위한 소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얘들아. 그런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너희들도 결국 꼰대가 된다? 우리와 결이 다른 꼰대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 내가 너희 인생의 마지막 꼰대가 되어줄게. 더 이상 강요와 훈계가 없는 저 세상 텐션을 위한 너희들만의 문화를 만들기를 바라.


OMG. 이것마저 너희들에게 훈계질이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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