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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un 17. 2022

인스턴트 같은 퇴사의 시대

퇴사에 갑을은 없다.

한 회사의 임원으로 있는 친구가 연락이 왔다. 개발자로 입사한 직원이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어느날 퇴근 후 밤 10시에 문자메시지 한통을 보내 왔더란다.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홀연히 출근을 하지 않더란다.


요즘 브런치 글의 절반이 퇴사와 관련한 이야기들인 거 같다. 퇴사를 경험했거나, 현재 진행형이거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들에 대한 글 말이다. 직장인인 나로서는 특히 공감이 가는 글들이 많다. 한 회사에 18년을 근무한 나로서도 여전히 범접하지 못한, 하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상의 퇴사라는 워딩 자체가 생소하면서도 친근하고 두렵고 설렌다.




굳이 퇴사에 대한 이야기를 갑자기?라고 할 수 있지만 어제 만난 지인들의 이야기를 좀 나열해볼까 한다. 그는 한 기업의 팀장으로서 팀원들에 대한 애정이 사뭇 남다르다. 직원들의 개인적인 스케줄도 소통하며 나름 구글스러운 리더로서 직원들을 챙겨 왔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 팀원 중 한 명이 출근 시간 무렵 전화가 왔다고 한다. 아침에 잠시 병원에 들렀다 출근을 하겠다고 해 아프지 말라고,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는 점심이 지나고 오후 3시가 넘어가도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이 되었던 그는 팀원들과 함께 그의 집으로 향했다. 차도 그대로 주차장에 있는데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나올 기색이 없었다.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모두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그의 모습을 정면으로 봐야 했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팀원의 갑작스러운 퇴사에 한 달 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그였다. 아무런 준비 없이 보냈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기업에 다니는 그 역시 팀장이다. 계약직인 그녀는 평소에 팀장으로서 업무 지시를 하면 그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면전에 이야기했다고 한다. 몇 번을 이야기해도 하지 않았고 결국 그가 나서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재계약 시점이 돌아왔고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녀의 반발이 심할 거라는 걱정에 그녀가 원하는 재계약을 승인했다는 그.


1주일의 연차를 낸 그녀가 출근 시점에 전화가 와서 하는 말이 재계약 연장을 없던 일로 해달라는 거였다. 재계약을 해서 일하는 것보다 실업급여가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는 그. 결국 그녀의 전화 한 통으로 너무나 쉽게 퇴사가 진행되었다. 물론 그녀의 입장은 상당히 상이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답을 내리기에.

@ pixabay


그의 옆 팀의 팀장은 좀 더 황당한 팀원인 그녀와 사이가 무척이나 안 좋았고 결국 그녀가 자진 퇴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퇴사한 1주일 후 갑자기 신청하지 않은 대출 신청 전화가 하루 종일 은행마다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은 데이트 어플 신청 관련 전화가 온갖 플랫폼을 통해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녀는 아니겠지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했다는 그.


출근길에 퇴사 통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위의 사례와 같이 퇴근길에 내일부터 퇴사하겠다는 일방적인 문자메시지를 팀장에게 보내는 사람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너무 쉬워진 퇴사라는 경계와 문턱. 일의 경중을 떠나 최소한의 책임은 질 줄 아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당히 꼰대력 만랩의 부장스러운 훈계질일 수도 있지만 결국 돌아보면 잘 헤어지는 것도 능력임을 알게 될 거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는 우리들이다. 돌아서면 남이지만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다. 조금만 더 넓은 마음으로 지혜롭게 퇴사하는 법을 익혔으면 한다. 퇴사에 갑을은 없다. 다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인지는 분명 있어야 한다. 어떤 자세로, 어떤 방법으로, 어떤 미래를 위한 퇴사를 할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에 허둥대지 않기 위해. 결국 돌아보면 준비된 자가 성공하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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