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후반기, 주택 시세가 하루가 다르게 널뛰기를 할 때였다. 그는 부산의 한 아파트에 가 계약금을 넣었고 본 계약을 앞둔 상황이었다. 본 계약으로 부동산에 함께한 그날, 다짜고짜 매도인이 이 금액에 팔 수 없다. 다른 지역에 있어서 이 동네 아파트의 시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건 부동산의 잘못이다. 2천 만 원을 올려주지 않으면 계약을 못하겠다고 어깃장을 놓았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었다. 가 계약금에 대한 배액 배상을 받고 계약을 없던 것으로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 2천 만 원을 올려 계약했다.
이 부부는 40평대 아파트의 가 계약금을 입금하고 하루하루 구름 위를 거니는 느낌이었다. 그러기를 1주일 부동산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계약하기로 한 금액에서 천만 원을 올려달라고 매도인이 연락이 왔다는 것. 지금 전체적인 시세가 오르는 시기라 부동산은 그렇게라도 매수하는 게 이득이라고 했다. 천만 원 정도야... 하고 입금하고 본 계약을 기다리고 있었다. 본 계약 전 또다시 부동산이 연락을 했다. 또 무슨 일인가 싶어 통화 버튼을 눌렀더니 이번에는 2천 만 원을 올려주지 않으면 계약을 하지 않겠단다. 배액 배상을 하든가 2천 만 원을 더 주든가, 결단을 내리란다. 이틀 끙끙 앓던 부부는 결국 2천 만 원을 더 올려주기로 하고 무사히 계약을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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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루가 지나면 시세가 올랐고 어, 어, 어 하다 보면 어느새 범접 불가한 시세로 뛰어올라 있었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부동산에 있어 조금의 정체기, 조정기를 맞게 되었고 거래 절벽에 신음하는 순간이 왔다. 이런 시기에 주말부부로 서울에서 근무하던 남편을 따라 지방에 있던 가족이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어 퇴사를 했던 그녀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서울에 있는 줄만 알았던 그녀는 여전히 지방에 있었고 그녀의 아찔하면서도 힘들었던 그때 그 순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서울 강남의 구축 아파트에 반월세를 들어가게 되었고 가 계약금을 보내고 본 계약을 앞둔 상황이었다. 며칠 전 덜컥 남편의 뜻하지 않은 지방 발령이 났다. 지방의 집도 정리를 한 상태고 서울로 이사 갈 집도 모두 세팅을 한 상황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발령이었다. 멍하던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부동산에 연락했다. 여차 저차 해서 서울에 가지 못하게 되었고 가계약금은 당연히 못 받는 것이고 본 계약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금 지나 바로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임대인이 이 계약을 위해 대출을 갚느라 중도상환 수수료를 상당히 많이 냈고 일방적인 파기로 인해 손해가 많으니 3천 만 원을 배상하라는 거였다.
아이들 학교를 비롯해 지방의 집마저 원점으로 돌아가 고민해야 할 타이밍에 서울 집까지 이러니 그녀는 정말 병이 날 지경이었다. 임대인의 입장도 이해를 하지만 3천 만 원을 배상하기엔 부담이 너무 컸다. 변호사와 상담을 하던 중 그녀는 임대인과 나눈 문자메시지 중에 가 계약금 송금 이후 계약이 진행되지 않을 시 가 계약금만 돌려받지 않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문건으로 소송 시 유리하다는 답을 들었지만 내용증명을 받아 든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다행히 소송은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 임대인도 곧이어 세입자를 구하게 되었고 그녀 또한 지방에 새로운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놀라운 건 강남의 임대료였다. 그 동네에 아주 오래된 아파트임에도 전세 2억 원에 월세 400만 원이라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대게 이런 상황에선 서로가 갑질을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임차인이 을인 경우가 많지만 임대차 3 법으로 영 그렇지도 않게 되었다. 임대인과 임차인에 있어 갑을이라는 지위보다는 시세에 따른 비용과 수수료, 그리고 기간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합의를 통해 스마트한 관계를 유지했으면 한다. 우리 모두 옛날 사람들이 아니고 요즘 사람들 아닌가. 단 돈 10원도 양보하지 못해 으르렁 대기보다 계약의 팩트에 기반해 합의점을 찾고 합의되지 않는 부분에 있어선 서로의 입장에서 단 3초라도 생각해 봤으면 한다.
서울에 근무하는 남편의 회사 인사팀에 연락이 와 그분의 지방 발령이 맞는지 확인 차 연락이 몇 번이나 왔었다는 소리를 늦게 남편에게 전해 들었단다. 그만 소름이 쫙. 지금에서야 모든 것들이 정리되고 제자리를 찾았지만 그걸 그 당시에 들었다면 제정신이 아니었을 그녀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운명 같은 관계, 그 실마리를 잘 풀어가는 게 또한 우리의 영원한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