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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밭을 일구듯 천천히 이루어질 거예요

토편지

by 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막내아이가 유달리 달래장을 즐겨 찾아요.

그 또래 아이들은 달래맛을 모르기 십상인데 말이지요.

사계절 가리지 않고 찾는 통에 올해엔 작정하고 달래밭을 만들어보기로 하였어요.

먼저 3월 이른 봄에 달래씨앗을 뿌려서 제법 키운 후였어요.

4월 봄기운이 완연한 시간에 맞춰 너른 밭으로 옮겨 심었어요.


SE-366fa9b4-3d98-4506-ae0b-44329f03f41c.jpg?type=w773 달래밭을 일구는 남편☆


봄비가 촉촉히 내린 날을 기다렸다가 물기를 듬뿍 머금은 밭으로 향하였어요.

모든 식물은 물기있는 땅에서 자라나요.

굳이 마른 땅에 힘들여 물을 대면서 기운을 뺄 필요가 없어요.

봄비는 언제든 내리기 마련이고 때를 기다리면 가장 알맞은 시간을 따로이 있어요.

다만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단비를 느긋하게 기다리지 않는 듯 기다리면 되고요.

물론 남편과 둘이서, 소꿉놀이하는 것처럼 손바닥만한 달래밭.

삽과 호미로 무성한 잡풀을 뽑아내야 하는 것은 밭일의 시작이예요.

그래봤자 풀들은 어느새 달래와 같이 자랄것을 빤히 알지만 두 손 놓을 수는 없는 터라 부지런히 풀메기를 하였어요.

설렁설렁 눈에 잡히는 대로 풀포기를 없애고 나니 제법 밭 모양새가 드러났어요.


KakaoTalk_20250425_102827006.jpg?type=w773 아래을 보아야 달래☆


달래 이파리를 보면 실가닥처럼 얇고 연약하기 그지 없어요.

얼핏 실파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어요.

달래의 본색은 제일 끝자락 뿌리에 있잖아요.

동그란 알뿌리의 알싸한 맛이 다른 채소와는 차별화된 맛을 자랑하지요.

더군다나 된장과도 잘 어울리는 맛을 지닌 지라 더욱 환영받는 밭작물이예요.


KakaoTalk_20250425_102923632.jpg?type=w773 내년을 기약하는 달래농사☆


야트막한 고랑을 파놓고 그 속에 준비해온 달래를 줄세워놓았어요.

작은 은방울을 매달고 있는 달래, 개중에는 알뿌리 상태로 흙에 파묻혀 있기도 하였어요.

뿌리와 이파리가 모두 독특한 향기를 지닌 달래는 한번 흙에 심어놓으면 매년 그 자리에서 번성하는 착한 식물이에요.

올해 심은 달래는 이듬해에 비로소 캐내어 식탁에 오를 예정이고요.

첫해는 수확을 하지 못하는 대신에 그 이후로는 매년 효자작물이 될 것을 의심치않고 있어요.

달래가 안방에 들어 누운 것처럼 제멋대로 일지라도 굳이 억지로 세워두려 하지 않았어요.

흐물흐물 힘없는 상태인 것을 빳빳하게 만들 방법도 딱히 없기도 하였지만요.

파낸 흙을 두 손으로 살살 모아서 달래뿌리에 덮어주었어요.

달래 뿌리가 메말라서는 안되므로 흙이불을 꼼꼼히 살펴주어야 했어요.

힘주어 다져줄 필요까지는 없지만 흙속에 곱게 파묻어주어야 뿌리가 번성할 테니까요.


남편은 꽃밭의 울타리처럼 골라낸 돌멩이들로 달래밭을 꾸며줬어요.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아무것도 심어놓지 않은 밭과 구별조차도 확연히 되지 않았거든요.

막내아이의 달래사랑으로 달래밭을 꾸며보았어요.

욕심없이 먹을 만큼만 심는다해도 자연의 신비한 힘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을 거예요.

다만 지금당장이 아니라는 것 뿐이지요.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듯이 모든 일은 서서히 이루어질 거예요.

그대와 내가 꿈꾸는 대로 아니 그보다 더욱 놀랍고 눈부시게 말이에요.

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

envelope-7076001_640.png 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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