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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신호등』 자작시를 올려요

일요시

by 심풀
SE-40fdead5-d1fb-4956-befa-591f1e728568.jpg?type=w773 벚꽃 신호등☆


벚꽃 신호등





달려가는 차창에 핑크빛 신호등이 뛰어들었어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 없이 걸음을 멈춰야했지


하늘 하늘 흘러 넘치는 핑크빛 벚꽃 이파리가


엄마 불러 오라고 땅바닥에 드러눕는 아이처럼


나무를 버리고 4월의 주름 속으로 들어오는 거야




붉거나 노랗거나 푸른 빛 머금은 어제같은 그 길


봄바람, 햇살, 벚꽃은 한 몸으로 세상을 떠도는데


열리지 않는 마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겠지


보아도 볼 수 없는 핑크빛 입술이 두려움을 떨치고


함박눈 아니 첫눈으로 쏟아져 시간을 물들였어




오퍼센트, 자작시☆






4월 벚꽃을 바라보면서 지나왔어요.

가로수 끝자락에 선 벚꽃의 행렬은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켜주었어요.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자동차에 핑크색 벚꽃 이파리가 바람타고 밀어닥쳤어요.

아무렇지않은 그 순간에 가슴속에 핑크빛 신호등이 반짝 빛을 내뿜었고요.

앞뒤잴 것 없이 마구 흩날리면서 세상을 곱게 물들여주는 벚꽃이파리.

봄철에만 만날 수 있는 자연의 모습이야 무엇이든 아름답고 신비롭기 마련이지요.

벚꽃 핑크색으로 빚어낸 신호등이 보이는 듯 다가왔어요.

(빨간 신호등이나 노란, 초록빛만 익숙한 우리의 눈이지만요)

핑크색 신호등이 도로 한가운데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 것이지요.

그렇다면 휙 지나가거나 멈추거나 주뼛주뼛 댈수는 없으리라.

요맘때만 만날 수 있는 핑크빛 벚꽃 신호등, 우선 즐거운 웃음지으며 기뻐해야겠어요.

오늘 글처럼 마음을 담은 시를 한편 지어보는 것도 근사한 일이겠고요.

자동차 속에 앉아있으면서도 눈길은 온통 벚꽃 가로수에 멈춰 있었어요.

집앞 둑길에 피어있는 벚꽃길은 친근하여 어여쁘고요.

달려가면서 바라보는 벚꽃 가로수길의 벚꽃 이파리는 바람에 날려 쏟아져 내렸어요.

마치 첫눈 아니면 함박눈처럼 자동차를 향해 거침없이 제 몸을 던졌어요.

부드러운 핑크빛 고운 입술로 자동차를 쓰다듬어주듯이 말이에요.

크고 무겁고 빠르기까지한 자동차에 뛰어드는 핑크빛 벚꽃 이파리들은 결국은 땅바닥으로 몰려가기 마련이에요.

저희들끼리 엉킨 채 끌어안고는 길가 가장자리에서 모여서 웅성거리곤 하니까요.

보아도 볼 수 없는 것들이 주위에 많지요.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볼 수 있는 것들이 따로 있고요.

글쓰기는 마음을 담는 그릇이지요.

있는 그대로 쓸 수 있는 동시에 마음에 떠도는 이야기를 글로 시로 지어올릴 수 있잖아요.

위의 사진처럼 벚꽃 흐드러지게 핀 길를 다시 함께 달려가볼까요.

무엇이 보이나요.

핑크빛 벚꽃 이파리가 바람을 타고 뛰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좋겠어요.

휭휭 앞으로만 질주하는 자동차들 사이로 여린 벚꽃 이파리들이 바람결에 벌떡 일어나 달려오겠지요.

끝내는 아이들처럼 나뒹굴더라도 두려움없이 당당하게요.

벚꽃잎이 흩날리는 장면은 꽃비가 내린다는 표현을 흔히들 쓰지요.

더하여 첫눈이나 함박눈도 제법 그럴싸하게 어울리지 않을 런지요.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첫눈이나 함박눈으로 보이는 통에 하는 수 없는 노릇이에요)

진심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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