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
5퍼센트, 자작시☆
하루 건너 하루마다 단비가 내렸어요.
모종을 심기에 가장 알맞은 시간이에요.
모종을 사지 않고 씨앗을 직접 뿌려 키우는 경우가 많아요.
매년 고추모종만 200포기 정도 대량으로 사서 심고요.
고추모종만은 왕소금 엄마도 별 수 가 없나봐요.
밭 작물 중 가장 까다로운 고추, 병충해을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마음처럼 쉽지 않아요.
비닐 하우스처럼 분리된 공간이 아닌 노지의 경우에는 바이러스의 침입이 훨씬 쉬워 고추가 병에 걸리기 쉬운 특성도 있고요.
부르는 게 값인 세상, 정해놓은 가격이 있어도 없어도 같은 소리겠지.
호박모종은 비오는 날 촉촉한 땅에 심어 두었어요.
밭 둘레 빈 터, 호박 줄기가 마음껏 뻗어나가도록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하거든요.
호박 모종은 달랑 셋 뿐이어도 여름지나 가을 무렵이면 수십개의 알진 호박을 만날 수 있어요.
그야말로 남는 장사인 셈이지요.
엄마는 밑지는 일이라면 한 푼에도 심장을 벌떡대곤 해요.
자잘한 깨알같은 일도 그냥 흘려 보내는 법을 모르니 곁에서 보자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가만히 돌이켜보면 장사꾼도 먹고 살아야 하거늘, 그리 야박하게 따져들어서 무엇할까싶은 데 말이에요.
그런 점에서 엄마를 닮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요.
흘러가는 것은 흘려보내고 담아두지 않아도 될 것은 그저 사라지게 두려해요.
굳이 붙잡아 앉힐 필요가 없지 않은가.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게 영 체질에 맞지 않아요.
엄마의 잔소리도 예상하지 않았고 예상했다해도 부르는 대로 사고 말았을 거예요.
흔히 흥정을 하는 법을 몰라요.
깍아달라든가 다른 가게에는 이 가격으로 팔지 않는다든가 군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요.
엄마를 모시고 가는 경우에 엄마가 주로 상점 주인들과 실갱이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어요.
몇 백원에도 입씨름을 하면서요.
그럴 때마다 민망한 마음에 뻘쭘히 비켜서서 떨떠름한 시간을 견디곤 해요.
살아온 방식이 각자 다르니 할 수 없는 노릇이에요.
아무튼 심고 가꾸어 생산하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것만 원체 코앞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지 모르겠어요.
물론 엄마의 잔소리가 터져 나올 땐 아무런 댓구를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말이 말을 끊임없이 끌어오는 것을 환히 아니까요.
엄마가 무슨 잔소리를 늘어놓더라도 '그런가?' 하면 그만이에요.
딱히 긍정도 부정도 할 필요가 없어요.
어설픈 긍정과 부정은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어서요.
그야말로 나름의 처세술을 터득한 셈이지요.
살아가는 일이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요.
가장 남는 장사인 듯 한데 말이지요.
아무 노력을 쏟아 붓지 않아도 아침햇살은 따스하게 비춰주고 때맞춰 단비를 뿌려주기도 하지요.
봄이면 애쓰지 않아도 봄꽃은 아름답게 피어나고 나무들은 푸른 웃음을 짓고 서 있고요.
정성들여 심어놓은 밭 작물들은 흙의 힘으로 부쩍 부쩍 자라나고 어느날 풍요로운 열매를 선물해주잖아요.
하여 하루라도 더 살아내면 그 만큼 남는 장사를 한 것이겠지요.
우리의 삶에 손익계산법이 따로 있으랴
영으로 수렴하지 않는 인생의 셈법이 우리안에 숨어 있어요.
살아내는 깊이와 길이로 헤아릴 수 없이 이로운 삶의 해법은 빛나지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였거나 느낄 수 없었을 지라도.
이미 삶은 그대로 남는 장사를 하는 것이에요.
진심에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