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되돌아온 듯 흙탕물 흐르고

토편지

by 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SE-a55066a8-2a85-4076-b27e-0e6ec30fc299.jpg?type=w773 흙탕물이 강물처럼 불어나


셀 수 없이 쏟아지던 빗속의 번개와 벼락이 지난 밤 꿈처럼 아득합니다.

텔레비젼을 보지 않지만 뉴스를 항상 듣고 있습니다.

1층에 부모님은 눈만 뜨면 텔레비전 리모컨부터 찾으시거든요.

아침 식사 준비를 하려다보면 듣고 싶거나 말거나 세상 이야기가 마구 흘러들어옵니다.

폭우가 쏟아져 전국적으로 피해상황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하였습니다.



하천 옆에 첫번째 집, 폭우가 쏟아지면 자연스레 마음이 그리 향합니다.

핸드폰에 수시로 폭우경보 문자가 낙엽처럼 쌓여가고 있었거든요.

"비가 많이 왔다는 데 집 앞 하천 물은 어때요?"

학교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는 대학생 큰 아이도 비소식을 들었는지 살갑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범람할 정도는 아니라서 큰 걱정 없이 지나갈 것 같아."

일년에 한두번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면 통과의례처럼 매번 반복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지대, 그것도 하천에서 가까이 사는 집이라서 태풍, 폭우소식에는 항상 신경이 쓰입니다.

몇 년전에는 수 일째 퍼붓는 빗줄기에 하천 수위가 아슬 아슬할 정도로 위험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다급히 집을 버리고 캐리어에 짐까지 싸 두었던 가슴 떨리는 하룻밤도 잊을 수 없고요.



요번 폭우는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편이라 다행이었습니다.

밭에 심어둔 아직 여린 들깨 모종이 흙바가지 빗물에 그만 밭고랑에 누워있으니 어찌할까 싶을 뿐입니다.

너무 어린 들깨 모종이라 스스로 흙을 훌훌 털고 일어날 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일이 하나씩 세우기도 너무 연약하니 다시 심어야 할 지 아득합니다)

그런가 하면 웬만큼 덩치가 큰 고추나 옥수수, 참깨는 뿌리가 단단한 편이라 충분히 버텨낼 수 있습니다.

논의 벼도 제법 줄기의 힘이 들어간 시기인지라 비바람에도 휩쓸리지 않고 반듯하게 서 있으니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듭니다.



시기상으로 보아도 태풍소식이 남아 있을 듯 하여 아주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언제 태풍이 닥쳐올 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더하여 벼이삭이 아직 여물기도 전입니다.

한 해 농사, 수없이 자잘한 비바람을 견디어야 비로소 알찬 수확기를 만나게 되는 법이라서요.




KakaoTalk_20250718_082040587.jpg?type=w773 반듯한 벼포기☆



농삿일이 우리네 삶과 많이 닮았습니다.

한 치 앞을 모르고 살아가는 인생입니다.

밤새 세상을 뒤흔들어놓을 빗방울을 온 몸으로 이겨내고 드디어 찾아온 오늘입니다.

처음처럼 화사한 아침햇살이 어찌 경이롭지 않을까.


태어나 몇 번의 아침을 맞았든지 따질 것 없습니다.

하루 하루가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것과 같으니까요.

반백살을 살았으니 제법 긴 세월을 지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잊은 듯 아름다운 첫날입니다.

우리 마음의 나이는 주름이 없는 법이 아닐런지요.

거울 밖의 나는 시간속에서 자연스레 변하고 말지라도.



농촌마을, 흙에 바짝 붙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흙이 얼마나 귀한 지 배우면서요.

흙에서 나는 모든 작물, 깊고 다정한 흙이 아니고는 품어 키울 수가 없습니다.


농삿일은 농작물을 키우면서 더불어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며칠간 내리던 빗줄기가 잠시 멈춘 틈새로 이른 아침에 논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흐트러지지 않고 의젓한 모습으로 서 있는 벼 포기가 한눈에도 감격이었습니다.

고맙다,고맙다를 외치면서요.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



envelope-7076001_640.png 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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