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위한 소비』소나기처럼

일요시

by 심풀

1차에 이어 2차 소비쿠폰을 받았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카드 사용을 모르는 팔순엄마, 그리고 고등학생 막내아이의 몫으로 아래 사진과 같은 카드를 발급받았고요.

1차와 2차의 금액, 18만원에서 10만원 차이가 꽤 크더군요.

그야말로 10만원이 금방 동이 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 이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 할인매장은 무엇을 사도 대략 십여만원이 후딱 사라져버리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동네 자그만한 슈퍼, 과일가게, 철물점이나 빵집에서도 그와 같을 줄이야.

돈의 가치가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하고 있는 것을 시장을 볼 때마다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수년전, 5만원짜리 종이지폐가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아이쿠! 이제 만원의 행복은 멀어졌구나!' 하였거든요.

이제는 10만원짜리 종이지폐가 만들어져 유통된다고 해도 그럴싸한 심정이 되어요.


SE-1a4c8cf2-1511-49d7-bf77-212699e04035.jpg?type=w773 2차 소비쿠폰☆


나랏돈을 온 국민이 받아서 나라안 경제를 살려보자고 만든 소비쿠폰입니다만 생뚱맞은 일도 없잖아 있습니다.

골목길 슈퍼에서도 맥락없이 같은 물건이 며칠 사이로 껑충껑충 올라가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순간 떠올랐지만 따져 묻지는 않고 돌아서 나왔습니다.

그 근처 다른 슈퍼에서도 다르지 않은 세태인지라, 가격비교를 따로 할 필요도 없었고요.

동네 골목 작은 상점들이 그동안 대형할인마트에 짓눌려 위태롭게 버텨온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연신 웃음꽃이 피어나는 슈퍼 주인 아주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구나하였습니다.

(한눈 찡긋 감고 사는 날도 있으려니 하고요)

욕심껏 다양한 추석 선물셋트까지 작은 슈퍼에 꽉꽉 들어차게 진열해놓은 품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골목어귀 작은 슈퍼도 이즈음, 쏠쏠하게 장사가 잘 되는 덕이겠지요.




소비를 위한 소비






나는 나를 위해 받고


당신은 당신을 위해 쓰고


이름 없는 동네 상점에서


물길을 퍼 올릴 수 있도록


폼 나지 않아도 폼 나게


사는 것이다.




대기업의 달콤한 유혹에


이제껏 묶인 발목을 풀고


이마트 저 마트가 아니라


우리 동네 조그만 그 마트로 가자


그 곳에서 당신이 아닌 당신이 각각 옷을 팔고


음식을 만들고 과일을 팔고 있을 것이다.




당신에 당신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길,


저 낮은 곳, 막다른 골목길 끝자락에


땅과 가까이 당신이 사는 곳에


웃음꽃이 피어날 수 있도록


소비의 비료를 아낌없이 뿌려주자.




오퍼센트, 자작시 『소비를 위한 소비』 ☆




누구는 10만원 소비쿠폰으로 정육점에서 원없이 소고기를 샀는데 오히려 돈이 모자라서 보태야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네요.

상점입구마다 소비쿠폰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커다랗게 붙여놓은 모습도 흔하디 흔합니다.

이렇든 저렇든 추석명절은 다가오고 있으니 제수용품과 선물셋트 구입을 해야하는 시기입니다.

미리 쟁여놓을 수도 없는 제수용품이 따로 있으니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후끈 달아오른 장바구니 물가를 실감하면서도 하는 수가 없는 노릇이고요.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너나없이 헐렁한 지갑입니다.

게다가 나라안 소비쿠폰의 시간은 달콤한 만큼 끝이 빤히 보이는 일이고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동네 슈퍼는 대형할인마트에 비해 가격경쟁 자체가 되지 않으니 소비자의 선택을 꾸준히 받기는 어려울 테지요.


금액이 적어진데다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1차에 비해 2차 소비쿠폰은 한차례의 소나기처럼 휘익 쏟아지고 버리고 사라질 것 같습니다.

가뭄에 단비가 촉촉하게 메마른 땅을 적셔주듯이요.

골목 골목 작은 상점마다 가을 들녁처럼 옹골진 열매가 다닥다닥 맺히면 어떨까.

투자나 저축이 아닌 오로지 소비를 위한 소비쿠폰.


워낙에 어려운 나라안 경제인터라 궁여지책으로 나온 정책인 바, 기왕이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구나.

진심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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