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편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이 댁 고양이 좀 묶어 놓아야겠어요.
부추밭 하우스에 들어와서 부추 모종을 망가뜨리는 게 아무래도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집 뒤에서 부추농사를 짓는 이웃 아저씨가 마당으로 들어서면서 뜻밖의 말을 꺼내셨습니다.
"예? 우리 고양이가 그랬다고요?"
세발로도 텃밭이나 덤불, 들판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웃의 비닐하우스에 들어가서 밭작물을 망치는 짓을 할 줄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놀라서 허둥지둥거리면서 아저씨를 어찌 배웅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퇴근한 남편을 붙잡고 하소연을 늘어놓아보았습니다.
"정말 우리 고양이 달냥이가 그런 일을 했을 지 그것도 의심스러워요.
동네에 어슬렁거리는 들고양이가 어디 한두마리냐고요.
그렇다고 일부러 집까지 찾아와 말씀하시니 못 들은 척 할 수도 없고요."
갈팡질팡 두서없이 쏟아놓은 말에 남편은 묵묵히 듣기만 하였습니다.
"CCTV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미심쩍은 마음이 들어도 일단 딱 한달만이라도 묶어 놓아야지요."
다행히 부추농사는 기껏 해야 10월이면 농사가 마무리될 것이라 고양이를 그리 오래 묶어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퇴근길에 고양이를 묶을 하네스(줄)를 사온 남편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막상 묶어 두려니까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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