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야기
부모님에 막내아이, 남편까지 다섯 식구입니다.
큰 아이는 멀리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어서요.
참, 맨 아래 세발 달냥이 밥그릇도 있네요.
근래에는 형부와 언니까지 드문드문 아침을 거르고 달려오니 일곱 밥그릇이 되었습니다.
'시골밥상'
청국장을 바글바글 끓여내거나 무청 시래기를 푹푹 삶아서 시래기 된장국, 아니면 손만두를 빚어서 만두국을 끓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금님 수랏상처럼 여러가지 반찬을 주욱 솜씨좋게 식탁에 올리지도 못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언니와 형부는 식탁에 앉으면 으레 국그릇을 기울여가면서 마지막 한 입까지 달게 먹어주곤 합니다.
반찬이라고는 달랑 텃밭에서 방금 뽑아서 담근 배추겉절이, 열무김치가 고작인데도 말이지요.
커다란 아파트에 살면서도 정작 밥은 제대로 챙겨먹고 살지 못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만두가 식당에서 파는 것과는 맛이 다르네.
담백하게 여러 개 먹어도 질리는 맛이 없어 역시 집밥이 최고야."
형부와 언니 모두 떡만둣국을 그리 맛있게 먹을 줄이야.
"두 아이가 모두 손만두를 좋아해서 한여름에도 손만두를 빚어요.
형부와 언니 입맛에 맞다니, 자주 만들어야겠어요."
음식을 맛있게 먹는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으로 부엌에서 겪어야 하는 자잘한 고단함은 쉬이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진짜 만둣집보다 더 맛있어."
형부와 언니 둘이 한 입으로 연신 칭찬세례를 퍼붓는 지라 조금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손만두, 대단치도 않은 음식인 것을 마구 추켜세우는 통에요.
(특히 김치특유의 신맛을 마땅찮게 여기는 엄마는 갸우뚱하실 것을 아니까요)
엄마의 취향은 고기만두 취향이시거든요.
"워메! 사위입맛에 맞는다니께 다행인디 내 입맛에는 영 그려. 시큼한 맛이 별루잉께."
내리 사랑이라 두 아이가 즐겨 먹으니 자연스레 김치만두를 자주 빚게 됩니다.
결국 엄마의 취향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고요.
더하여 이번참에 김치만두를 즐기는 두 사람, 언니와 형부까지 늘었난 셈이고요.
배달음식이 애초에 불가능한 시골동네에 살다보니 점점 외식이 멀어집니다.
기껏해야 포장음식 정도로만 식당음식을 맛보고 있고요.
맛있는 음식을 찾으려면 식당음식에 댈 수가 없겠지요.
다만 순하고 담백한 음식을 차려 먹으려 할 뿐이라서요.
열흘에 한번 꼴로 언니는 친정나들이를 합니다.
그외 다른 날에 언니는 아침밥을 거르고 하루 두끼를 먹는 눈치입니다.
"막내야, 아침을 든든히 먹어서 이따 점심밥은 조금 먹어야겠어."
흐뭇한 표정으로 웃음짓는 언니의 낯빛이 가을햇살처럼 밝으레 고왔습니다.
"언니야! 아침밥 생각나면 언제든 와요."
언니를 태운 형부의 자동차 뒷꼭지를 바라다보면서 오래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김치 한쪽에 만둣국 한그릇이라도 언니에게 무언가 해줄 게 있어서 다행입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에게 '독한 년'이라는 막말까지 듣고 사는 언니입니다.
우리집에서 제일 순둥순둥한 사람인 것을 몰라보고 억울한 악담을 쏟아내는 시어머니를 언니는 꾹 참고 살고 있습니다.
언니가 혼자 속앓이를 얼마나 할까 싶어서 내내 신경이 쓰이곤 합니다.
수수한 시골밥상으로 속상한 언니에게 조금이나마 따스한 위로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것이고요.
진심에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