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야기
지난 글에서 살고 있는 동네에 개발이슈를 전해드렸지요.
궁금한 나머지 개발 사무실을 남편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개발도면과 예상기간 등의 이야기를 상세히 들었습니다.
"토지 소유자의 신청을 받아야 하는데 전체 70퍼센트 찬성을 받으면 나머지는 그대로 수용이 될 거예요."
헉! 다수의 폭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내 땅을 싫어도 내 놓아야 하다니요.
어린 두 아이에게도 팔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는 데 난데없이 개발이슈에 떠밀려가야 하는 판국이 될까 아득하였습니다.
"동네주민은 기껏해야 30퍼센트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부재지주(딴 곳에 사는 땅주인)이거든요."
서류를 주루룩 펴보이면서 땅 소유주에게 개발관련 서류를 발송할 예정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다름아닌 개발이슈의 중심인 사무실에서 사무장이면서 옆동네 이장을 두루두루 하고 계신 토박이 어르신이었습니다.
돌아오면서 도대체 얼마를 받고 저런 앞잡이 역을 자처하였을까 궁금하였더랬지요.
그 의문점도 며칠이 지나자 저절로 풀리게 되었습니다.
"막내야, 있잖여, 그 개발 앞잡이 이장말이여.
그 동네 사람들한티 엊그제 봉변을 당했다는 디."
동네 회관에 날마다 마실을 다니는 즐거움으로 사는 엄마의 최근 소식에 귀를 쫑긋하였습니다.
"알지요. 그 사무실에 다녀왔잖아요."
엄마는 신이나서 두 눈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고소한 낯빛을 여한없이 뽐냈습니다.
"아, 근디 말이다.
그 동네 사람들이 들구 일어났댜, 그 사무장인가 할거무는 이장질을 그만두든가 하라구 말이여.
아따, 한 달에 삼백만원이나 받아먹구 그 짓을 하믄서 동네 이장일은 모다 할 수는 읇응께."
시골 이장월급이야 기껏 몇 십만원, 돈을 목적으로 하면 해낼 수 없는 일입니다.
그야말로 봉사정신과 사명감이 꼭 필요한 일이고요.
아마도 개발을 부추기는 사업체에서 미리 뒷돈을 주면서 사무장 타이틀로 사탕발림을 했겠지요.
인근 주민들에게 들썩거려 개발에 찬성표를 받는 데 큰 역할을 해줄 테니까요.
"워메, 그 사무장인가 하는디 많이도 받아 쳐먹드라, 망신을 당해도 싸구말구."
지금처럼 조용한 농촌마을에서 얼마 남아 있는 지 모르는 여생을 보내고 싶은 엄마에겐 개발이슈는 끔찍한 재앙일 뿐입니다.
"기껏해야 일이백 만원 준다면 어느 누가 그런 짓을 나서겠어요."
맞장구를 치면서 뒷맛이 씁쓸하였습니다.
"그 뿐이 아니여? 동네마다 앞잡이를 다섯을 세우구, 나중이 뒷돈을 더 준댜."
만약 국가차원의 개발이라면 군말을 할 수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큰 손 몇이 나서서 삶의 터전을 제멋대로 쪼개고 돈으로 동네 사람들을 나누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바람결에 들려오는 더러운 돈 이야기가 끝도 없이 흘러나올 것 같군요.
나라든 작은 동네일이든, 어느 곳이든 민주주의는 다수결.
찬성하는 편도 반대하는 편도 다수결이겠지요.
어느 편이든 다수의 토지소유주의 마음을 얻는 게 우선일테고요.
알량한 돈 얼마에 양심을 팔고 사지 않는 땅 주인들의 많아야 할텐데.
진심에 진심으로.
아! 돈이여,
너 때문에 세상에 얼마나
많은 슬픈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