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야기
오퍼센트의 소중한 글친구 여러분,
2년 넘은 시간, 꽤 긴 시간동안 오퍼센트의 이름으로 글 발행을 하였습니다.
이번 달을 지나고 나면 3년 글쓰기를 향하고 있군요.
오 퍼센트, 5 퍼센트, 오퍼, 또는 5% 등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불리우며 글쓰기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시골동네, 농촌입니다.
자급자족, 작은 농삿일.
평생 농부 부모님의 막내딸로 치매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농삿일도 어리버리 배우면서 짓고 있습니다.
한때는 아래 사진처럼 아름다운 꽃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한 귀퉁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꽃보다는 남자도 아니고 풀, 풀에 마음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기껏 공들여 농작물을 심어놓으면 어느 바람에 실려와 스리슬쩍 뿌리를 내려버리는 풀 말입니다.
농삿꾼은 끊임없이 풀과 싸움을 직업이었고요.
아무리 없애려 용를 써도 풀은 도무지 이겨낼 수 없더군요.
오히려 풀의 모습을 통해 끈길긴 생명력과 놓을 수 없는 삶의 희망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풀처럼 살고 싶다'
어느 곳으로 흘러가더라도 탓하지 않으며 틈에 틈으로 스며들고 싶은 것입니다.
참고로 제 성은 '청송 심'입니다.
'심풀'
부르기 싶고 간단한데다가 제 삶과도 닮은 닉네임이 아닐까요.
풀은 잡초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도 꽤 근사하고요.
풀 붙이는 사이.
착 달라붙는 풀이 또 있으니까요.
영어 아닌 순우리말, 풀이지만 성과 더불어 불러보면 심풀, 단순하다는 영어 SIMPLE과도 어감이 어슷비슷합니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꿈꾸는 지라 그도 그럴듯하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오퍼센트의 이름으로 살면서 볼멘 소리도 적잖이 들었습니다.
'무슨 경제 관련 작가도 아닌 데 오퍼센트냐!'
'올리는 글의 느낌과 오퍼센트 닉네임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기타등등의 쓴소리를 간간히 들어왔습니다.
그런가하면, 운곡님으로부터 '아정'이라는 호를 선물받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계시지요.
올해 잊지 못할 선물이었습니다.
온라인 세상에서 쓰이더라도 쉬운 이름이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큽니다.
쓰고 있는 글의 향기와 분위기에 어울리면 더할나위없이 좋은 것일테고요.
그렇다고 아무개 작가라는 이름도 스스로 그리 탐탁치 않습니다.
(물론 각자의 성향대로 본명을 쓰거나 작가의 타이틀을 쓰는 것이야 그저 개인의 선택이고 취향일 것입니다)
뜬금없이 이름을 바꾸려 헛짓거리를 하는 것은 아닐지 소심한 마음도 문득 듭니다.
소중한 오퍼센트의 글친구들은 어찌 여기실지 가늠할 수 없네요.
글밖 세상에서도 본명을 개명하는 절차조차도 쉬워졌다고들 합니다.
정든 이름, 오퍼센트를 고이 접어 두고 새로운 닉네임 '심풀'로 글쓰기를 이어가겠습니다.
변하되 변하지 않는 글과 시를 지으면서요.
진심에 진심으로.
이름이 바르면
모든 것이
순조롭다.
-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