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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퍼센트 Oct 22. 2024

댓글의 힘

가장 센 댓글의 힘.

 

 첫 블로그 글쓰기는 누구나 외롭습니다. 하여 자신에게 편지를 쓰듯 마음을 담은 글 한 줄을 쓰고 발행하는 게 고작입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혼자 쓰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단 한 사람의 진심 이웃이 느닷없이 찾아오는 놀라운 순간을 맞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글입니다.”

 이런 댓글을 받으면 봄바람이 살랑 불어오듯이 굳었던 얼굴이 슬며시 붉게 물듭니다. 내내 부끄럽던 가슴 밑바닥이 활짝 열립니다. 거기에 진정성 있는 글이라는 칭찬이 글 쓰는 용기를 살살 부채질합니다. 조금 더 매끈한 글을 쓰고 싶은 맑은 욕심이 굳건히 자리 잡습니다. 글을 읽어주는 이웃, 한 명 한 명이 글 쓰는 언덕이 됩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글쓰기가 뭐라고 괜히 혼자 웃었다 울었다 하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새로워서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 사이 글로 사귄 친구, 글 친구가 나날이 늘어나는 과정을 거칩니다.

 고운 마음 깃든 한 줄의 댓글만으로도 충분히 글 쓰는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댓글 속에 곱게 담긴 이웃의 순수한 목소리가 감격스럽습니다. 잿빛 하늘처럼 시무룩하던 마음에 댓글을 타고 따스한 햇살 한 자락이 비춰오는 것입니다.

 블로그 글쓰기만이 갖는 묘한 흐름을 가슴 가득히 느껴볼 수 있습니다. 글쓰기에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내 글을 찾아와 읽고 선한 댓글을 올려주는 이웃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블로그 글쓰기로 누립니다. 날마다 글 쓰는 기쁨은 끊이지 않고 강물처럼 흘러갑니다. 그와 동시에 글 쓰는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레 거칩니다.

  진심을 담아 쓰다 보면 글 속에 숨겨놓은 마음 한 조각까지 더듬어 읽어주는 소중한 이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로 하나의 마음인 것을 확인하는 찰나의 소통이 댓글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 순간, 글 쓰는 자잘한 고단함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새로운 글을 쓰고픈 마음이 고여 드는 자신을 마주합니다. 

가슴에 스며드는 댓글의 힘이 셉니다. 댓글의 힘을 대략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댓글은 주고받는 겁니다. 한데 주는 즐거움보다 받은 기쁨이 더 커져서 되돌아옵니다. 마치 부메랑처럼 어김없이 돌아오지만 더 여운이 깊어지는 마력이 있습니다. 댓글을 주고받을 때마다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점점 커지듯 가슴의 울림도 그와 같습니다. 그렇게 이웃의 댓글은 예상치 못한 진실의 목소리를 가득 품은 채 가슴으로 직진합니다.

 둘째, 댓글을 쓰는 동안 새로운 글쓰기가 시작됩니다. 이웃의 글을 읽으면서 순수한 자극과 신선한 배움을 경험합니다. 글 전체 흐름을 빨리 알아채고 그중에서 떠오르는 감흥을 씁니다. 자연스레 글을 읽는 속도와 순발력이 점점 성장합니다. 나눠주려다가 내 글 솜씨가 더 좋아지는 아이러니한 순간을 맞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웃 글에 진짜 내 진심을 얹은 댓글을 건넵니다. 주면 줄수록 더 많이 받는 삶의 지혜를 직접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면서 깨달아갑니다.

 셋째, 우리 모두의 글은 평범하지만 특별한 나름의 울림이 있습니다. 비록 울퉁불퉁한 흙길을 걷는 것처럼 표현력과 수사법을 몰라 세련되지 못한 글이라도 말입니다. 그런 내 글 닮은, 블로그 이웃의 글을 다정한 시선으로 읽습니다. 각자의 미덕이 글 속에서 고스란히 보입니다. 그것만으로 충만합니다.

  다양한 이야기와 시선을 잊지 않고 사람을 아끼는 귀한 마음을 가꾸는 방법만으로 댓글은 이미 훌륭한 가치가 있습니다. 시간을 쪼개어 댓글을 쓰면서 폭넓은 공감의 마음을 배웁니다. 얼마든지 퍼내도 다시 고여 드는 우물물의 신비함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오히려 퍼내면 퍼낼수록 맑은 물이 고여 듭니다. 내 물을 아까워하면 고인 물, 나아가 썩은 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듯 쓰는 댓글입니다. 억지로 주고받는 형식적인 선물이 아닙니다. 가장 귀하고 반가운 친구에게 마음 깃든 선물을 하듯이 댓글을 보내는 겁니다. 그 글이 흘러가 이웃에게 닿으면 기쁜 웃음을 지으며 답 글을 보내는 것을 상상합니다. 긍정의 언어로 희망을 품은 댓글을 쓰고 주고받습니다. 그것만으로 이미 충만한 소통과 공감의 흐름이 생겨나거든요. 글 쓰면서 마음 그릇이 어느새 넓어집니다. 기쁜 일이 생기면 두 배로 기쁨이 커집니다. 그와 달리 힘든 일로 허덕일 때도 물론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까맣게 타버린 마음에 응원과 격려를 아낌없이 전해주는 이웃의 댓글이 횃불처럼 곁을 밝혀줍니다. 그 덕분에 고단한 시간을 버티고 견뎌내면서 새로운 용기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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