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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퍼센트 Oct 22. 2024

탈고의 고달픔

주의할 점 네 가지

  

 공모전 응모 글은 셀 수 없이 고쳐 써야 합니다. 그 말을 달리하자면 처음 쓴 글자 하나까지도 여지없이 바꿔 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이유로 어떤 공모전을 준비하든 초고, 처음 쓴 글은 생각의 흐름대로 막힘없이 써보는 것이 현명한 글쓰기입니다. 어차피 횟수를 모르고 고쳐야 할 글입니다. 애초에 초고를 어설프게 쓰면 어떠랴. 우리에겐 고쳐 쓸 수 있는 탈고의 과정이 비밀병기처럼 남아있습니다. 넉넉한 시선으로 초고를 떠오르는 대로 쓴다면 오히려 글 쓰는 과정이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을 터입니다. 

 실제로 공모전 준비를 그렇게 했느냐 물으신다면 꺼릴 것 없이 대답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직접 해보지 않고 상상하듯 쓴 글은 이 글 어디에도 없습니다. 

 지역 공모전이든 전국 공모전이든 공통적으로 쓰려고 한 주제에 맞춰 한 목소리를 담아 씁니다. 즉 주제의 일관성을 갖춘 글을 쓰는 것입니다. 수필, 자연스럽게 풀어쓰는 게 어울립니다. 

 다만 병렬구조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양괄식이라고 하는데 전체 글의 서두에 주제어를 글의 끝 부분에 한 번 더 콕 집어 강조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딱딱하지 않게 물 흐르듯이 전체 글에 어울리도록 말입니다. 두괄식, 미괄식, 양괄식 여러 형태 중에서 각자의 스타일대로 선택하면 될 일이지 무조건 따라 쓸 필요는 없습니다. 

 초고를 완성하고 고쳐 쓰는 일은 한마디로 고달픈 과정입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빈 종이에 글자를 채워 넣은 초고를 쓰는 시간이 수월할 정도입니다. 날마다 세끼 밥을 먹듯이 공모전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더 자주 고쳐 씁니다. 마감일 당일까지도 손을 놓지 못하고 고쳐 쓰기도 합니다. 

 여기서 탈고단계의 주의할 점을 네 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첫째, 초고를 쓴 다음 일정기간 묵히자. 초고를 쓰고 나서 바로 읽어보면 고칠 점이 보이지 않는 눈먼 시기가 옵니다. 아무리 봐도 어디를 고쳐야 할지 모르는 상태를 말합니다. 제멋대로 써 놓은 초고를 읽고도 당장 고쳐 쓸 곳을 찾기는커녕 자신의 글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콩깍지가 씌운 듯 분별력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럴 땐 묵혀두어야 합니다. 하루 이틀이라도 초고를 들여다보지 않고 김치가 발효되듯 시간을 두고 기다립니다. 이상한 논리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러합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 새로운 시선으로 글을 읽어봅니다. 처음에 눈에 띄지 않던 글의 어리숙함이 그제야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저기 애매한 표현,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쓴 지루한 구석, 없어도 되는 글 한 줄까지 말입니다. 같은 글이라도 얼핏 설핏 보이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는 순간이 분명히 다가옵니다.

 그러기 위해서 초고는 공모전에 맞춰 날짜가 넉넉할수록 글이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고쳐가면서 더욱더 글이 매끄럽게 다듬어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시간여유가 있으면 그만큼 좋은 글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둘째, 종이로 찍어내어 읽으면 모니터 화면 위에선 찾아볼 수 없던 흠이 눈에 확 띕니다. 뇌 과학의 원리인 듯한데, 경험적으로 프린트해놓으면 남의 글처럼 객관적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는 듯합니다. 종이 위 글을 자신의 글이라 여기지 말고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이미 수도 없이 읽어본 글이겠지만 남의 글이라는 생각으로 처음처럼 읽어보는 겁니다. 그때 어색한 표현이나 아쉬운 글귀가 새로이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여러 번 단어를 바꿔보아도 좋습니다. 고치고 또 고칠수록 자연스레 더 매끈하고 날렵한 글이 태어납니다. 

 셋째, 글을 소리 내어 한 줄씩 씹어 먹듯 읽어봅니다. 그러면 숨어 있던 글 속의 흠이 손에 잡히듯 또렷합니다. 혼자 민망해서 읽기 어렵다면 침대 위나 화장실에서 혼자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글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자신의 글을 조용히 읊조려 보면 소리로 들려오는 느낌이 유별납니다. 어딘가 어색한 부분은 읽다가 턱 하니 막히는 느낌이 드는 것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우리의 머리와 귀는 두 눈보다 정확한 것을 몸으로 알게 됩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찾아낼 수 없습니다. 엎드려 있던 글자가 소리로 변하여 숨은 꼬리를 살짝 드러냅니다. 고요한 내 목소리가 나를 도와주고, 글 쓴 사람이 글 읽는 이가 되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넷째, 전체 글을 뒤집어보기도 하고 순서를 바꿔보기도 하면서 퍼즐 맞추듯 그려보는 연습도 좋습니다. 어떻게 하면 심사위원들의 눈을 사로잡을지 고민을 하는 겁니다. 처음 시작을 의문형으로 하든지 대화체로 하든지 짧고 강한 문장을 선보이든지 하면서 말입니다. 단어 하나, 글귀 한마디도 눈여겨봐야 하지만 전체를 보는 시각도 함께 챙겨 둬야 합니다. 꼭 필요 없는 문장이 있다면 빼어도 보고, 보태어도 보는 식의 변형도 해보면 좋습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보일지 고민을 하면서 글을 읽어나가야 합니다. 낱말 하나조차 조금 더 전체 문장에 효과적으로 보일 단어를 찾아내보는 치밀한 탐색의 시간도 절실합니다. 

  단어 자체는 이미 알고 있다 해도 더 적절한 글을 쓰기 위해 단어사전을 수시로 찾습니다. 그 문장의 느낌과 분위기를 살려줄 수 있는 딱 맞는 단어를 구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말의 느낌을 섬세하게 알아채고 어울리는 단어를 헤매듯 찾아 나섭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퇴고의 과정입니다. 수정을 반복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합니다. 고칠수록 다듬어져 매끈하게 읽히는 고운 글이 탄생하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므로. 글은 절대 자연 미인이 아닙니다. 고민하면서 손을 댈수록 조금 더 표현이 정교해지는 과정을 거치게 마련입니다. 글쓴이는 한 편의 글을 보이지 않는 손길로 수없이 자르고 수정을 합니다. 티 나지 않지만 결코 간단치 않은 고단한 과정을 거친 짜깁기의 결과물, 바로 공모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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