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수혈』 지작시를 올려요

일요시

by 심풀


눈물 수혈




아흔을 넘긴 큰어머니 장례식장, 내 눈가에는 마른 바람만 불어왔어.


요양병원에서 고단한 숨을 잘라낸 큰 어머니였어.


남은 사촌언니들, 일곱 딸이 울음을 돌림노래처럼 주고 받았지.


‘니네 집에 가서 살믄 안될까?’


아무도 큰 어머니의 마지막 바램을 들어주지 못하였다면서 일곱 개의


눈물샘이 무지개처럼 피어올랐어.


나뭇잎으로 가려져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눈물샘에서 가녀린 물줄기가 돋아 올랐어.


언니들에게 수혈을 받고서야 눈물을 겨우 퍼 올릴 수 있었지.


눈물은 전염되는 것이고, 피에서 피로 흘러드는 힘이었어.


눈물은 피에 섞여야 닿는 것이었네.






오퍼센트, 자작 시☆




큰 어머니 연세가 아흔을 넘기고 나서 셈을 하지 않았어요.

들려오는 소리에 거동이 불편하시게 되면서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다고만 들었고요.

그러다 어느날, 부고 소식을 듣는 날이 갑작스레 다가왔고요.

엄마를 모시고 남편과 부랴부랴 장례식장을 찾아갈 때만 해도 눈물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스스로 민망할 지경이었어요.


딸 일곱에 아들 하나를 둔 큰 어머니.

전 재산을 아들에게 일찌감치 물려주고 해준 것 없는 딸들에게 보살핌을 받으신 걸 들어 알았지요.

남존여비에 절어 사신 분, 더욱이 젊은 시절, 엄마에게 시어머니 노릇까지 호되게 시킨 손윗 형님이셨다고 해요.

그럼에도 고단한 인생길을 접는 마당, 엄마는 곡소리를 꺼이 꺼이 내시면서 큰어머니를 시원스레 놓아주셨어요.

두 분사이에 앙금도 훌훌 털어버리시는 모습을 곁으로 바라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몰래 쉬었어요.


사촌언니들 일곱딸이 한데 모여 끊임없이 우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장례식장을 눈물로 물들이든지.

함께 눈물을 펑펑 쏟지 못하는 마른 내 눈가를 부끄럽게 여겨야 했어요.

"아이구! 엄마! 미안해. 미안해……"

서로 부둥켜 안고 너나할 것 없이 일곱 딸이 영정을 앞에 두고 한맺힌 울음을 토해 내었어요.

처음엔 어리둥절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다 나중에야 언니들의 속사정을 듣고나서야 그 눈물의 사연을 마주하였고요.


언니들을 붙잡고 요양병원에서 살기 싫다면서 돌아가시기 전날까지도 그렇게 사정을 하셨다고 해요.

"너네 집에 가서 살믄 안될까?"

그럼에도 일곱 중 어느 하나 큰 어머니를 받아줄 딸네는 없었던 것이고요.

아마도 사위들의 반대가 있었으리라.

아픈 몸만 의탁하려는 큰어머니를 순하게 받아줄 사위는 없었겠지.

재산은 아들에게 몰아주었음에도 애지중지 하던 귀한 아들에게조차 정작 따스한 보살핌을 받을 수 없었으니까.


SE-bc1a4c0c-1896-49ec-9acd-11dbf051fe16.jpg?type=w773 붉고도 푸른 나무☆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가혹한 날들이 있어요.

가여운 큰어머니의 삶.

가시는 날까지 멍든 가슴으로 눈물을 하염없이 돌림노래처럼 뿌려야했던 일곱언니들.

전재산을 물려받았음에도 이혼하고 혼자 외로이 살고 있는 사촌오빠.

열 손가락을 채웠다 한들 큰 어머니를 끝까지 돌봐줄 자식이 하나라도 있었을까.


삶의 허망한 모습에 그제서야 마른 눈가에 어디선가 숨은 눈물이 고여드는 것을 느꼈어요.

엄마를 떠나보내는 모든 자식들의 모습이 그안에 담겨 흘렀고요.

슬픔도 전염이 되는 것을 피의 힘으로 나누었어요.

진심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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