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를 나누면 부추전으로 돌아오고

토편지

by 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이 부추 농사를 지어요.

올해는 무슨 이유인지 처음 올라온 부추를 판매하지 못하였나봐요.

마당에서 누렁이 밥을 주고 돌아서는 데 마침 지나가던 부추 트럭이 멈추었어요.

"상품성이 없어서 베버린 거니께 갖다 써유~"

어떤 이유로 상품성이 있고 없고가 정해지는 지 오리무중이지요.

엉겁결에 싱싱한 부추를 넘치게 받아놓으니 나누는 일이 남았고요.

동네 회관에 날마다 마실을 나가는 엄마편에 바리바리 나눔받은 부추를 싸보낼 요량이었고요.

열댓명의 할머니들이 모이는 터라 제법 묵직해도 나누면 금세 바닥이 날 듯 했으니까요.

농민신문이 매주 집으로 배달되니 신문지를 널찍하게 펴서 한묶음씩 나누어놓을 참이었어요.


산책을 나오셨는지 두 명의 할머니가 마당앞을 지나시는 게 얼핏 보였지요.

"엄마, 저어기 두 분 먼저 싸보낼까요?"

엄마는 수북한 부추 다발을 앞에 두고 다듬는 손길이 바빴던 터라 지나가는 어르신들을 제대로 볼 여력이 없었고요.

"그려? 그럼 니가 얼릉 뛰어가 부추 좀 나눠가시라고 하믄 좋것는디?"


어슬렁 어슬렁 느릿하게 걷는 두 할머니의 발걸음이야 조금만 달려가면 따라잡을 수 있었지요.

"여기 좀 들렀다 가셔요?"

두분의 뒷통수에 대고 우렁차게 큰 소리를 지르며 가던 발걸음을 붙잡았어요.

"잉, 뭔디? 왜 그랴?"

뒤돌아보는 두 할머니는 익히 아는 얼굴, 서둘러 두분이 마실 거리를 준비하느라 부엌으로 달려가야 했어요.

있었지요.

율무차 두잔을 부리나케 마련하여 마당으로 들어섰어요.

그새 마당 한 귀퉁이에서 엄마와 두 할머니는 부추다발을 반가운 기색으로 챙겨 담고 있었지요.

"워메! 참 싱싱하고 좋구만."


KakaoTalk_20250404_134906264.jpg?type=w773 나눔받은 부추☆


'문열이'

첫번째 수확물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게 종종 있나봐요.

밭작물은 하루가 다르게 신선도가 확연히 떨어져 내리는 통에 쟁여둘 필요가 없어요.

아무리 신경을 써서 냉장고 야채칸에 넣어두어봐도 부추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시들해지고요.

때로는 쉬이 물러버려서 낭패를 겪기도 하고요.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음식물 쓰레기로 전락할 수도 있으니까요.


조금씩이나 날마다 신선한 채소를 때맞춰 수확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에요.

욕심을 부려봤자 어차피 먹어치우는 것은 한계치가 있기마련이거든요.

차라리 신선한 상태일 때 동네 이웃들과 골고루 아낌없이 나누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이에요.

받은 것도 다시 나누면서 여럿이 함께 하는 즐거움을 널리 퍼뜨릴 수 있고요.


KakaoTalk_20250404_135015421.jpg?type=w773 되돌아온 부추전☆


저녁 어스름이 집주변을 감싸고 돌 즈음에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시곤 해요.

집을 나설때 끌차에 가득 실은 부추다발 대신에 이번엔 부추전을 야무지게 싸가지고 오셨어요.

" 회관부엌에서 쑥까지 넣고 부추전을 부쳤더니 아주 인기가 좋았지"

결국 푸른 부추는 엄마손을 타고 흘러가 부추전으로 탈바꿈해서 집으로 되돌아왔어요.

"큼직막한 양푼에 반죽을 푸짐하게 했는데 어찌나 맛있게 먹든지 금방 동이 나버렸응께."


아픈 아버지 몫으로 반지르르 윤기가 나는 부추전을 살뜰히 담아오신 것이었어요.

"짜지 않게 간을 맞춰 맛있게 부치셨네요."

무엇이든 집밖의 음식은 조금씩 맛을 본 후에 아버지께 내어 드리곤 해요.

무언가 께름칙한 마음을 내려놓기 위한 것도 있고요.


내 것은 물론이고 내 것이 아닌 것도 나누며 살고 있어요.

혼자사는 세상이 아닌바에야 서로 주고 받는 즐거움도 크지요.

농촌마을, 먹거리는 이웃간에 나눔 일순위지요.

돈으로 사고 팔수 없는 이웃간의 정이고요.

동네 이웃들에게 부추를 나누면 부추전으로 되돌아오듯이 말이에요.

나누는 기쁨은 예상치못한 형태로 부메랑처럼 흘러들어오지요.

같지만 다른 모습으로 더 맛깔나고 근사한 모습으로 .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


envelope-7076001_640.png 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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