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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자작시를 올려요.

일요시

by 심풀


꿈을 꾸면 어느 곳으로 향하는가.

꿈을 꾸지도 않고 꿈 내용도 대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 편이에요.

그와 달리 부모님은 꿈꾸면 수십년 전 사라진 고향집으로 달려간다고 해요.

번번히 꿈속의 집은 하나인 것이지요.

시로 편입되기 전의 시골마을로요.


"돌다리, 그 동네에서 태어나 육십평생 살다 왔는디 잊을 수가 있것니?

니 아부지랑 나는 죽어도 못 잊는구만, 꿈꾸면 당연히 돌다리로 가는겨."

동네이름도 돌로 만든 동네답게 돌다리지요.

이미 지도에서조차 사라진 그 동네를 잊지 못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까마득히 잊었던 고향집을 시로 그려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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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자리에 쭉쭉 뻗은 고층 아파트가 자리잡고 있어요.

산도 야트막하게 변해버려 옛 시절을 돌이켜보기도 힘들고요.

변함이 없는 것을 눈을 씻고 찾아보자면 그나마 마을 앞으로 흘러가던 개천이지요.

한데 그 모양새가 그 시절과는 너무 달라서 도저히 같은 시냇물로 보이지 않아요.

꼬맹이 시절엔 맑은 물이 콸콸 흘러 내리던 곳이었어요.

동네 아이들이 여름이면 옷을 입은 채 하루종일 물놀이로 해지기는 줄 모르고 즐겼거든요.

신발이 떠내려 보내는 장난도 곧잘 치기도 하였고요.

그러다 신발한짝을 벗어서 물결따라 배처럼 흘러보내고 뛰어가 잡는 놀이도 왜그리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시골 농촌 마을에 놀잇감이 따로 없었거든요.


'장난감'

장난감을 공장에서 찍어낸다는 것을 모르던 시절이었어요.

여자 아이들은 아카시아 이파리로 파마를 하고 끼리끼리 진달래꽃을 따러 산에 뛰어다녔어요.

지천으로 깔린 쑥을 돌로 콩콩 짓이겨 소꿉놀이로 엄마노릇도 해보았고요.

그러다 검정 고무줄 하나만 있으면 노래를 부르면서 삼삼오오 모여서 노래를 부르면 고무줄 놀이를 하였지요.

'삼천리 찾아가자, 일만 이천봉~♬'

아이들이 노래를 불러주었지요.

그 박자에 맞춰 검정 고무줄을 키높이로 올리면서 뛰어노는 장난을 치면서 어스름 저녁이 올 때까지 골목에서 놀기도 하였어요.





고향집





꿈의 길로 들어서야 찾을 수 있는 그 집은


야트막한 산을 머리에 이고 사는 농촌마을


길 끝자락 나무 대문이 삐익 웃어야 열리지




속눈썹이 인형보다 탐스런 암소 한 마리


돌 여물통 끼고 낮잠이 소똥마냥 푸짐하네


콘크리트 계단 세 개를 징검돌 삼아 건너고




있어도 없는 것 같은 종잇장 유리문을 밀면


집만큼 늙은 도르래가 손끝에 매달려 투덜대도


마음이 먼저 달려가 안기는 고향집



오퍼센트, 자작시☆





고향집은 동네에서 가장 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어요.

버스가 다니는 큰 길에서 가장 멀고 먼 집이었지요.

평평한 땅에 마을의 집들이 제멋대로 지어져 있는데 유독 우리집은 길을 따라 산을 향해 뻗어있는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어야했어요.

나무로 만든 대문은 밀어젖힐 때마다 초인종 대신 제 소리를 냈어요.

집안에서 암소 한마리를 키웠는데 볼때마다 암소는 뭔가를 연신 우물우물 씹고 있었지요.

속눈썹이 어찌나 길고 아름다웠는지 왕방울같은 두 눈에 아름답게 어울렸어요.

풀만 먹는 커다란 덩치 암소의 질퍽하고 커다란 똥도 잊을 수 없어요.

집안으로 들어서려면 콘크리트 계단 세개를 만나야 해요.

그 위에 미닫이 문은 낡고 낡아서 고향집과 함께 늙어왔어요.

겨울에는 매서운 찬바람이 머뭇대는 기색도 없이 그 문 틈으로 마구 밀어닥치곤 했으니까요.

부모님은 고향집에서 환갑 넘기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그런 이유로 꿈을 꾸면 아직도 부모님은 사라진 고향집으로 되돌아가는 거예요.

마음이 부르는 잊을 수 없는 그 고향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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