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한켠 빛바랜 흔적 잔뜩 묻히고
시간 속에 유기되어 힘 없이 늘어진 녀석
항상 뭐가 그리 배배 꼬여 있는지
이리저리 뒤엉켜 그림자 속으로 숨어드는 녀석
이제는 괄시도 천대도 익숙하련만
아직도 그 정 못 떼어 달팽이처럼 웅크린 녀석
아직도 거기 있었구나 너
그 시절 우울이 나를 지울 때마다
내 귓가에 어지간히도 달라붙어
좋은 노래 한 소절 들려주려
그리도 쫑긋 대던 너
그 시절 슬픔이 나를 가둘 때마다
내 귓가에 몹시도 서성대며
반가운 기별이라도 전해주려
그리도 애쓰던 너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구나 너
익숙한 손길 정겨운 마음
잔뜩 꼬인 매듭을 풀어줄 때면
주인 만난 강아지마냥 껑충 뛰어올라
내 귀를 핥아대는 녀석
수없이 엉키고 풀고 사연 많던 너와 나
이제 그 연결선은 많이도 낡았지만
아직도 너의 목소리는 생생하고
지금도 너의 감정은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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