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밝혀주는 시
투둑 투두둑
산의 적막을 가르는 겨울의 하얀 편린들이
메말라 얼어붙은 퇴색의 갈잎들 위로 흐트러진다
버석 버서석
이리저리 뒹구는 지난 계절의 흔적들이
겹겹이 말라붙은 시간의 퇴적들 위로 또 하나 겹을 쌓는다
퇴색의 갈잎들
고독의 흙빛들
외로운 겨울의 하얀 흔적들
그리고 어색하게 따라온 탐욕스런 내 발자국
주고 또 주어 한껏 메마른 땅은
또다시 태어날 생명을 위해 온 힘 다해 침묵하건만
난 무엇을 위해 이리도 쉬이 떠벌리는가
짜고 짜내어 한껏 수척해진 나무는
또다시 찾아올 푸르름을 위해 온몸으로 인내하건만
난 무엇을 위해 이리도 고개를 비죽거리는가
이 겨울 한껏 비탈진 산길
하얀 눈 아래 잔뜩 웅크린 고독의 땅
또다시 이 겨울이 지나가면
의연히 자신을 녹이며 온기를 부어주리라
또다시 봄이 찾아오면
옅은 줄기를 내밀어 생명내음을 전해주리라
이 겨울 한껏 왜소한 나
얼어붙은 이 몸이야 어찌하랴마는
이기적인 마음만이라도 녹여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