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

일상을 밝히는 시

by hesed by


스르르 풀어내린다

애써 동여맨 신발끈이 스르르 풀어내린다


있는 힘 다해 조여 맺건만

어느새 늘어진 녀석 힘없이 풀어내린다


고쳐 매는 손이 문제인가

터벅대는 발이 문제인가

이냥저냥 볼멘소리를 해대지만


스르르 풀어내린다

당긴 이도 없는데 혼자서 잘도 풀어내린다.



잠시 멈춰 선 경직된 걸음

잠시 내려보는 투박한 발끝


힘껏 조여 맨 삶의 흔적

애써 밟아온 발자국의 깊이


배배 꼬인 불안한 심사가 문제였는지

퉁명스럽기 그지없는 맘새가 문제였는지

이냐저냥 투정 어린 후회도 해보지만


어쩐지 마음 속 오랜 매듭이 스르르 풀어내린다

어쩐지 숨을 고르듯 마음이 천천히 풀어내린다


너무 맑아 차가운 공기는

찐득한 폐부를 씻겨 내리고

내 거친 호흡은 숲의 투명한 명상에 잦아든다


이제는 신발을 벗고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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